봄날의 이중
봄날은 아름답고도 슬프다.
잊힌 줄 알았던 것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끝났다고 믿었던 순간들은
조용히 이름을 되찾고,
그 앞에서
발걸음이 한 번 멈춘다.
무언가는 피어나고
무언가는 사라지며,
그 사이 어딘가에
사람이 서 있다.
끝인 듯,
그러나 닫히지 않는 시간.
시작인 듯,
그러나 되돌아갈 수 없는 자리.
그 모호한 경계 위에서
계절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것들이
늦게 도착하는 방식으로.
봄은,
끝과 시작이 서로를 지우지 못한 채
오래 겹쳐 있는 시간이다.
오늘의 잔향 —
봄날은 간다, 김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