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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12.2024

어떤 계절

어떤 향기

어떤 색깔

을 타고 기억 속 어딘가로 끌려갈 때가 있다.

타임머신이 필요 있을까 싶게 생생한 기억도 있고,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게 흐려져 가는 기억도 있다.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한 여러 가지 모양을 한 과거의 기억.  

   

유난히 지금처럼 눈부신 색깔과 향을 품을 계절은 대부분 그립다.

이 계절에 일어난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 항상 비슷한 기억만 떠오른다.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풍경이 너무 닮아 있어서일까     

싱그럽고 눈부셨던 찰나, 가는지도 몰랐던 시간 속에서 적나라한 낭만을 즐겼던 그때의 내가 때로 질투 날 정도로 부럽고 한 번만 다시 느껴봤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찬란한 계절 속에 눈부신 지금도 지나갈 텐데, 지나가고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고 지나간 것 들만 바라보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풀어진 스웨터의 한쪽 실을 붙잡듯 간절하다.     

이대로 흘려버리고 싶지 않은 시간

그냥 빨리 흘러가 버렸으면 하는 시간

닿을 수 없는 두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간극을 견디지 못하고 또 한 번 과거로 도망친다. 

도망치는 곳에는 늘 답이 없는데,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자주 돌아본다.  

돌아보며 나아가면 좋으련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나아갈 수 없다. 돌아보는 만큼 발은 뒤로 주춤하고 어느새 저만치 뒤로 걸어 물러나고 있다는 걸 알 때쯤엔 또 그만큼 나아갈 자신이 없어 주저앉는다.     

이 눈부심에 그늘이 나인 것 만 같아서 자꾸만 주저앉아진다면,

그냥 그 속으로 들어가 밝고 어두움을 모두 다 받아들이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고 함께하며 내 안에 어떤 것도 투영하지 않게 될 때, 그때 다시 이만큼- 앞으로 걸어 나온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