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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28,2022

by 한우주


‘재미’가 가장 중요한 연극을 보았다. 관객들은 깔깔 대고 웃었고 정말 ‘재미’ 있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극이 끝나자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생각해 본다. 깔깔 낄낄 하하 호호하는 연극을 보고 가슴에 무언가 남기는커녕 왜 커다란 구멍이 났을까.


시대의 반증.

이라고 깨달았다. 깨달았으니 남은 것이 없지는 않게 되었다.

연극은 그 어떤 예술분야 보다도 가장 ‘사유’의 영역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많은 희곡들, 시각적 무대 장치와 음악, 배우들의 연기와 오직 사람의 에너지가 오고 가는 공간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극을 마치고 나면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 수많은 물음표들을 데려와 결국 나의 삶에 기분 좋은 자극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역시 다시 생각해 봐도 연극은 사유의 영역이다.

이미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미술관은 상당 부분,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SNS에 좋아요 수를 늘릴 수 있는 그럴듯한 공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미디어가 주가 되어 공간을 압도해 버리는 수많은 대형 전시들. 그곳에 사유는 없다.

그래. 미술은 동시대의 거울 아니던가? 현재를 잘 드러내는 전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맞다,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지금 이 시대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자본주의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치유받는 이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미술과 연극도, 예술은 소비의 대상이 되었구나.


알아차린다.


우리의 위치가 이쯤에 와있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 가를.


결국엔 어떤 방식으로든 생각하게 만들었구나 이 연극도.라고 생각하고 나니 헛웃음이 나온다.

비평적 사고를 하는 것일 뿐인데, 부정적 사고라고 이야기한다.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조건 그 뒤편을 생각한다. 앞에 내세운 것 뒤에 숨겨진 진실이 위험하기에- 부정적 사고라고 이야기해도 나는 그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나는 예술가로서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불평불만만 해대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겠구나 싶다. 작업은 이런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장소이다. 그래도 되는 그래야 하는 유일한 곳. 그래서 이렇게 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이런 나의 시선이 필요한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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