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19.2023
비와 비 사이로 매미가 울고, 이내 그 틈이 벌어진다.
피할 곳 없는 뙤약볕을 보니 ‘진짜 여름’으로 넘어온 것이 실감이 난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 담그고 빨갛게 잘 익은 수박 한입 베어 물었으면,,,
씻고 나오자마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생각한다.
이래서 그 좋은 계절을 다 놔두고 푹푹 찌는 여름에 휴가를 가나 싶다.
선풍기는 늘 달달거리며 돌아가고 조금 전에 꺼내둔 얼음 잔뜩 넣은 냉커피는 땀 흘리는 맹커피로, 얼음은 종적도 없다.
모든 것이 생기를 갖고 공기마저 바쁘다.
나는 그 사이. 빈 종이로 남아있다.
그리다 멈추고 언젠가 완성하겠지 하며 구석에 두었던 그림을 결국 하얀 젯소로 덮는다. 그리고 아무리 덮어도 처음처럼 하얗게 되지 않는, 과거에는 지워질 줄 몰랐던 밑그림을 본다.
그래, 다 지우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것뿐이야.
조용히 달랜다.
잠을 못 자는 것이 축복인 줄 알고 살았던 20대부터
못 잔 잠을 몰아 자려는 듯한 30대로. 자꾸만 비어지는 날들이 무섭기만 하다가
그래, 지우려는 것은 아니고-라고 생각하니
막과 막 사이
장과 장 사이의 빈 종이처럼 지금은 비어있는 날들이 받아들여진다.
숨 고르기
후-
후아
후후
후우
지금 이 장을 넘어가면 또 쓸 것들이 생기고, 피할 수 없이 내리쬐는 다음 이야기가 시작될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좀 비워두자. ‘다음’ 이야기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