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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12.2023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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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집에 있으면서, 바다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옥이야. 너무 지옥이야...’

언니가 말했다.

생각하면.

떠올리면.

흐리게 떴던 눈을 다시금 바르게 뜨면.

정말 지옥이다.

견딜 수가 없어서 가끔 괜찮은 척하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한숨 쉬듯 말하는, 그 무능력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작업을 하다가 막히거나, 무너질 듯 괴로울 때는 밖에 있는 나뭇잎들을 본다.

바람에 흔들거리며 햇빛에 반짝이며 색을 내거나, 빗물에 젖은 향기를 내는 나무들은 산란한 나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특효약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나뭇잎들 사이로 눈물이 흐른다.

답답한 마음이 더해지고 올려다보던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우리.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이것 또한 순리일까.

모든 것이 망가지고 사그라지면 그때 알게 될까.

나는 역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저 그리고 쓰는 수 밖에는,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이것들에 대해 피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는 용기를 그리고 희망을 갖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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