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고 피어나는

빨간 꽃

by 한우주

고장 난 연속혈당측정기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땜빵이 생겼다. 덕분에 입혀본 적 없던 귀여운 옷도 입히게 되었다. 나름 편하게 입히겠다고 가위질을 이리저리 했더니 불편해하지 않고 얌전히 입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짠하다.

병원에서 다시 혈당체크와 인슐린 주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고, 발바닥에 채혈하는 방법을 배운 뒤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당뇨묘 보호자들은 주로 귀에 혈당 체크를 하던데, 주치의는 크게 상관없단다. 하- 이제 또 다른 전쟁이다. 인슐린 주사 놓는 것도 힘든데 하루에 적어도 네 번에서 다섯 번을 저 작은 콜라 젤리에 바늘로 찔러 피를 봐야 한다니... 사실 나는 모서리 공포증과 피를 보면 살짝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병증이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결과는? 당연한 결과 이겠으나. 장고도 나도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어렵사리 잡고 피를 내면 잘 나오지 않아 자꾸만 혈당기에 에러가 뜨기를 몇 번,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세네 개의 검사지와 알코올솜, 바늘을 버리고서야 원하는 양의 피로 혈당체크를 할 수 있었다. 발바닥과 귀를 왔다 갔다 하며 채혈을 하고 할 때마다 울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한 언니가 도와주기도 했다. 정말 포기하고 싶던 순간- 어렵사리 혈당체크를 하면 그다음엔 인슐린 주사. 아프다고 앙! 하는 소리에 가슴이 저릿하다. 그래도 더 아프지 않게 하려는 거니까 하는 일념 하나로 버틴다. 발바닥은 몇 번을 하다 보니 귀보다는 피가 덜 나와서 짜내는 과정이 더 힘들게 느껴졌고, 차선으로 귀에 하는 것이 장고와 나에게는 그나마 수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아진 감정은 아니다. 계속해서 작은 충격이 마음에 쌓인다.

조그만 귀에 가느다란 실핏줄. 그 핏줄 만한 굵기 아니 더 굵을까? 바늘로 쿡. 투툭 하는 소리와 비명. 봉긋 솟아오르는 피와 차오른 눈물은 흘릴 새도 없이 빨리 검사지에 피를 흡수시킨다. 그리고 알콤솜으로 귀를 쓱쓱 문질러 피를 닦아 낸다. 얼른 아픔을 잊게 해 주려고 준비해 둔 밥을 먹인다. 허겁지겁 밥을 먹더니 만족한 듯 창가에 가서 눕는다. 햇빛이 들이친다. 장고의 양 쪽 귀에는 툭. 하고 바늘이 들어간 자리에 빼곡하게 꽃이 피어나고, 나는 그제야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진다. 그래도 아무렴 네가 조금만 더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다면 이쯤이야. 할 수 있어- 정말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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