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과학 : Happy LAB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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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웅천읍 작은 도서관.
아이들이 기다린다.
재료를 챙긴다. 색연필, 가위, 고무찰흙, 꼬치나무...
그리고 무게중심 잠자리 도안은 넉넉하게 준비한다.
집에 가서 또 만들어보고 싶어 할 아이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상자 속 재료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도안 몇 장을 꺼내 색칠하고, 오려서 잠자리를 완성한다.
완성된 잠자리를 상자에 담으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상자를 차에 싣고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따라 한 시간 남짓
광천을 지나며 차가 줄고
논문, 과제 보고서, 해결해야 하는 실험들…
잠시 잊어도 되는 이 시간.
단속카메라도 보이지 않는 그 구간을 지나며
나도 모르게 속도를 조금 올린다.
그런데도 마음은 편하다.
바람도, 음악도, 그리고 보게 될 아이들 얼굴도
행복하다.
웅천도서관 교실에 들어선다.
아이들 몇 명이 이미 와 있다.
상자를 들고 들어서자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묻는다.
"오늘은 뭐 해요?"
과학교실 첫 시간에 앞으로 진행할 12차시 실험이 적힌 안내문을 나누어 주었었다.
"엄마, 앞으로 이거 한대!" 하고 전했지만
그 종이는 벌써 아이들 기억에서 멀어졌다.
나는 짧게 대답한다.
"신기한 거."
아이들 눈빛이 반짝인다.
말없이 책상 위에 재료를 하나씩 정리하고
고무찰흙을 꺼내 동그랗게 뭉친 뒤 꼬치나무를 꽂아 지지대를 만든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 온 무게중심 잠자리를 그 위에 조심스레 올린다.
대충 얹어도 잠자리는 균형을 잘 잡지만
나는 일부러 천천히
조심스럽게 수평을 맞추는 척하며 잠자리를 세운다.
그리고 아무 일 아닌 듯 다른 준비를 하는 척 자리를 뜬다.
아이들은 조용히 잠자리를 바라보다가 슬며시 손가락으로 건드려본다.
한 아이가 꼬리를 꾹 눌러 아래로 향하게 했다가 손을 뗀다.
잠자리는 흔들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우와~" 하고 웃음이 터진다.
한 번 더 눌러보다가 세게 누른 잠자리가 떨어진다.
"어떡해~" 하며 당황하지만
곧 누군가 내가 했듯이 조심스럽게 다시 올려놓고
잠자리가 수평을 유지하는 걸 보며 안도한다.
즐거움이 퍼지고
기대감은 뒤이어 오는 아이들에게 전염된다.
아이들이 모두 도착하고
교실 앞에 모여 조심스런 손 끝으로
꼬치나무 끝에 올라간 잠자리를 건드려 본다.
앞에 놓인 재료들과 완성된 잠자리를 번갈아 보며
아이들의 눈동자는 설렘으로 가득 찬다.
무게중심 잠자리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자세가 변해도 다시 원래의 자세로 되돌아간다.
오늘 아이들이 관찰해야 할 현상이다.
조심조심 잠자리를 건드려 보는 아이들의 손은 이미 실험을 하고 있다.
흔들리는 잠자리는 다시 수평을 잡고 멈춘다.
잠자리의 움직임은 아이들의 눈빛에 놀라움으로 남는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웃고 떠들며 제각각 움직인다.
시끌벅적하지만 왠지 기분 좋은 혼란
장난기 어린 에너지가 교실을 가득 메운다.
나는 말없이 교탁 앞에 선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이 히죽히죽 웃으며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그때, 한 아이가 말한다.
"자리에 앉아~ 그래야 시작하지~"
그 말에 우르르
아이들이 자연스레 자리에 앉는다.
순식간에 교실은 정돈된다.
"이제 잠자리 만들어 볼까요?"
물어보자 아이들이 신이 나 대답한다.
"네~~!"
도안을 한 장씩 나누어주고
색연필도 함께 건넨다.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열심히 색칠을 시작한다.
"선생님, 다 했어요!"
색칠을 마친 아이가 말하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더 만들게 한 장만 더 주세요~"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지만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은 더 받을 수 없다는 걸.
모두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걸.
나는 작은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살짝 흔든다.
아이는 이내 포기하고 옆 친구의 색칠을 유심히 바라본다.
"무슨 색 필요해?"
옆에 색칠하는 친구에게 묻는다.
"빨간색."
친구의 대답에 아이는 색연필을 꺼내 들고 기다린다.
"색이 선 밖으로 나왔잖아."
기다리던 아이가 친구에게 말한다.
"괜찮아, 선 따라서 오릴 거잖아."
친구가 태연하게 답한다.
"아..."
아이는 표정에 작은 깨달음이 스친다.
기다리던 아이는 다른 친구들의 색칠도 관찰한다.
파란색, 노란색 색연필을 꺼내 들고
색연필 통과 자신의 잠자리, 친구들의 색칠을 번갈아 본다.
"다시 만들 땐 무슨 색을 쓸까..."
작은 고민 속으로 아이는 천천히 빠져든다.
“빨간색 줘.”
색칠하던 친구가 말한다.
“아, 여기. 쓰고 다시 줘. 이따가 나도 써야 해.”
색연필을 주며 아이가 말한다.
“이거 다시 만들어?”
친구가 묻는다.
“저기 그림 많이 있잖아.”
아이의 말에 친구가 웃는다.
“히히~”
더 만들 수 있다는 기대에
작은 웃음이 번진다.
나는 아이들 색칠이 모두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가위를 여러 개 손에 들고 교실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가위 주세요"
어떤 아이는 벌써 두손으로 받을 준비를 하며
간절한 아이들 눈동자도 나를 따라 움직인다.
"가위를 사용할 때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잘못 오리게 되면 선생님한테 이야기하세요."
주의사항을 당부한다.
"네~"
아이들이 대답하고 가위를 나누어 준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오리기를 시작한다.
"선생님, 오리다가 날개가 조금 잘렸어요."
아이 한 명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유리테이프를 가지고 아이에게 다가간다.
잘못 잘린 부분을 조심스럽게 붙여주고 이야기 한다.
"다시 잘 오려보세요."
"네~"
안도한 아이는 다시 가위를 든다.
"선생님, 저도 테이프 주세요."
다른 아이도 다가와 말한다.
테이프를 조금 떼어 건네준다.
아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테이프를 붙이고 다시 오리기를 시작한다.
"내가 잡아줄까?"
먼저 오리기를 마친 아이는 친구의 오리기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말한다.
친구가 끄덕이고
아이는 수월하게 오릴 수 있도록 친구의 종이를 잡아준다.
"꼬리 조금 잘렸다. 선생님한테 테이프 받아올게."
친구를 위해 테이프를 받아다 주는 아이도 있다.
오리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아이가 오려낸 잠자리를 색연필 끝에 올려본다.
하지만 수평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는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꼬치나무 하나를 집어 들고 그 아이에게 다가간다.
"여기 있는 친구들, 잠시 멈추고 선생님 보세요."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잠자리가 수평을 유지하려면 받침점을 만들어주고, 날개를 보정해줘야 합니다."
나는 그 아이의 잠자리를 들고 꼬치나무의 뾰족한 부분을 이용해 주둥이 부분을 살짝 접어 받침점을 만든다. 그리고 색연필을 이용해 양 날개를 둥글게 아래로 향하도록 살짝 휘어준다.
그 잠자리를 아이의 손가락 끝에 조심스레 올려준다.
"와~!" "히히~"
아이들 사이에 웃음이 번진다.
"앞에 가서 꼬치나무 하나, 고무찰흙 하나를 가져와서 잠자리에 받침점을 만들고, 날개를 보정해서 수평을 잡아보세요."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과 시연을 반복하며 수업을 이어간다.
교실은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아이들은 완성된 잠자리를 관찰하며 웃고 떠든다.
에너지가 가득한 순간들.
모든 아이가 잠자리와 받침대를 완성하고
잠자리를 올려놓자 나는 말한다.
"자, 모두 선생님에게 집중!"
아이들이 고개를 든다.
"이제 앞에 있는 잠자리 도안을 가지고 가서, 잠자리를 더 만들어봐도 됩니다. 한 번에 한 장씩만 가져가고, 하나를 완성한 후에 다시 가져가세요."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꼬치나무 위에 있는 잠자리
책상 모서리에 놓인 잠자리
아이의 손가락 끝에 놓인 잠자리
어떤 잠자리는 코등에 살포시 얹혀 있다.
잠자리는 점점 많아지고
교실은 그 모습들로 가득 찬다.
"무게중심 잠자리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자세가 변해도 다시 원래의 자세로 되돌아간다."
아이들이 관찰했던 현상은
각자의 잠자리를 완성하고 반복해 관찰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만든 잠자리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을 통해
모두의 잠자리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을 통해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진 잠자리는 누가 만들어도 같은 현상이 재현되는 경험을 한다.
비록 '외부의 힘', '자세', "법칙"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지만
"우와, 이거 진짜 떠 있어! 나 손가락 위에 올렸는데 안 떨어져!"
"봐봐, 내 거는 수평 딱 맞았어. 완전 잘 만들었지?"
"엄마 깜짝 놀랄걸? 내가 만든거 보여주면"
"집에 가서 더 만들어봐야지 ㅋㅋ"
아이들은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표현으로
경험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정리하고 흡수하고 있다.
"와~!"
한 아이가 잠자리의 앞부분에 작은 구멍을 뚫고 꼬치나무에 고정시킨 뒤, 그 꼬치나무를 손가락 위에 올린다.
잠자리는 여전히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해볼래!" 다른 아이들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흡수한 지식은 확장된다.
놀이와 실험이 뒤섞인 이 경험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진다.
"자, 모두 선생님에게 집중해주세요. 오늘은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나는 수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들을 다시 집중시킨다.
"무게를 가진 모든 물체는 무게중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무게중심과 받침점이 일치하면 물체는 지면과 수평한 자세를 유지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든 잠자리의 받침점은 어디일까요?"
잠시 조용한 정적이 흐르고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꼬치나무에 올려진 부분이요."
조심스러운 답에 웃어주며 다음 질문을 한다.
"맞아요. 그렇다면 무게중심은 어디일까요?"
"꼬치나무에 올려진 부분이요."
이번엔 또 다른 아이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맞습니다. 오늘 만든 잠자리는 무게중심과 받침점이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수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나는 마지막 말을 덧붙인다.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잠자리를 더 만들고 싶은 친구들은 잠자리 도안을 한두 장씩 가져가도 돼요. 복사해서 써도 됩니다."
"네~~"
아이들이 힘차게 대답하고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안을 한두 장씩 챙겨 나가는 아이들.
그 손끝에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흔들리는 종이 잠자리가 올라가 있다.
"선생님 이 잠자리는 못 날아요?
과학교실이 끝나고 나가던 아이가 질문한다.
나는 잠시 웃고 나서 되묻는다.
“잠자리가 날았으면 좋겠어요?”
“네!!”
아이가 대답한다.
"그럼 다음 시간부터는 어떻게 하면 날릴 수 있는지 실험을 준비해 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아이는 힘차게 대답하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