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오뚝이

행복한 과학 : Happy LAB 002

by 구본석

▏조금 다른 오뚝 ▏(초등 고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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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키트, 추가할 자석, 칼라 압정, 12색 네임펜, 그리고 장난감 오뚝이까지
재료를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또 상자를 가만히 본다.

뭐가 또 필요하지?
불안한 마음에 운영교안을 펼친다.
빠진 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유리테이프와 양면테이프를 챙기고, 또 혹시 모르니 가위와 칼도 챙긴다.

주차장으로 나오니 바람이 제법 분다.
트렁크를 열어 상자를 넣고

실려 있던 다른 상자들 확인한다.
A4 용지 한 권, 실, 유리테이프, 빨대 한 봉지, 12색 색연필…
연 만들기 재료

바람이 부는 날 운영하려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재료다.

가서 바람 불면 도서관 옆 학교 운동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며 출발한다.




도착하자마자 운동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람이 불다가 멈춘다. 그리고 다시 불어준다.
오늘은 어렵다. 연 만들기는 다음에.

차에서 오뚝이 상자를 꺼내 들고 교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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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해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가 묻는다.
“오뚝이 만들 거예요.”
상자 안 장난감 오뚝이를 꺼내며 대답한다.

“에이...”
실망이 가득한 아이의 표정

나는 조용히 웃으며 상자 안 재료를 꺼내기 시작한다.

12색 네임펜을 꺼내 쌓아두고
붙어 있는 자석뭉치를 꺼내고

압정은 일부러 꺼내지 않는다.

키트를 열어 재료를 분류한다.
EVA 바디, 삼각 지지대, 자석
설명서는 모아 다시 상자에 넣는다.

“선생님, 제가 도와줄게요.”
실망한 얼굴이던 아이가 어느새 활기를 되찾는다.
“그래주면 고맙지~~"
활짝 웃으며 키트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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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에 자석이 들어가요?”
아이가 갸우뚱하며 묻는다.
나는 장난감 오뚝이를 한번 툭 건드린다.
“이거랑 조금 다른 거 만들어볼 거예요.”
“히히~”

나는 아이가 분류해 놓은 삼각 지지대 몇 개에 압정을 끼워 넣고 따로 정리한다.
아이들이 더 오고

책상 위에 오뚝이를 한 번씩 툭 건드려 보고

정리되고 있는 재료 가만히 보고

자석 붙였다 떼었다 하고

"야 그거 아직 만지면 안 돼~"

정리하던 아이 말에 내려놓고

"다 했어요!"

"고마워~, 이제 자리에 앉자, 시작하게"




교실은 정리되고,
아이들은 오뚝이를 건드리는 나를 본다.
손은 오뚝이를 툭툭 건드리고
눈은 아이들을 바라본다.

똘망똘망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귀엽다.
“빨리 얘기해 줘요~ 또 말 안 해!”
기대 반, 원망 반
나는 그냥 웃음이 난다.

“오뚝이 만들 거예요.”
아이들의 눈은 오뚝이를 건드리는 내 손과
넘어졌다 일어나는 오뚝이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 눈에 잠깐 실망감이 스친다.

나는 오뚝이를 들어 올린다.
“오뚝이는 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까요?”

"......"
아무 대답이 없다.
모를 수도, 실망해서일 수도.

“오늘은 오뚝이를 만들어 보고 오뚝이는 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말을 잇고
수업을 이어간다.




“선생님이 오뚝이 몸이 될 바디를 나누어 줄 거예요."
"바디에는 보호 필름이 붙어 있는데, 선생님이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떼면 안 됩니다!”

주의사항을 또박또박 설명하고

EVA 바디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바디를 받아 들고
앞뒤로 살펴보다가 손으로 꾹 눌러본다.
보호 필름을 살짝 떼었다가
나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붙여놓는다.
친구 것과 겹쳐 보기도 하고
빛에 비춰 들여다보기도 한다.

조금 지켜보다가
붙어 있는 자석뭉치를 들고 다니며 두 개씩 나누어 준다.

자석을 받아 든 아이들은
붙였다 떼었다 하며 손끝으로 자석의 힘을 느낀다.
그러다 한 아이가
바닥에 자석 하나를 놓고 척력을 이용해 다른 자석으로 밀어 본다.

이내 다른 아이들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자석을 밀어내기도 하고
끌어오기도 하고
손에 들고 같은 극끼리 붙여보려 가까이 대보기도 한다.

나는 자석 네 개, EVA 바디 하나, 삼각 지지대 두 개
나머지 재료를 차례로 나누어 준다.

자석이 많아지자 아이들은 더 신이 난다.

겹쳐 붙인 자석을 힘겹게 떼어내고
같은 극을 맞대어 붙이려 애쓴다.

처음엔 쉽게 극복하던 자석의 인력과 척력
이제는 아이들의 작은 손 힘을 이기고 있다.

“자, 나누어준 재료를 책상 위에 정리해 보세요.”

아이들은 하나둘 재료를 정돈하고 나를 바라본다.

“한 손에는 자석을, 다른 손에는 나머지 재료들을 들고 무게를 비교해 보세요.”

아이들은 자석을 한 손에, 다른 재료를 다른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저울질을 해본다.

“어떤 게 무거운가요?”

“자석이요~!”

“맞아요!"
"오늘은 이 무거운 자석과 가벼운 재료들을 이용해 오뚝이를 만들어 볼 거예요."

"무거운 자석은, 오뚝이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게 도와줄 거예요.”


아이들은 자석을 한 번 더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두 손에 저울질을 해본다.




“하얀색 EVA 바디 한 개만 보호 필름을 떼어내주세요.”

나는 EVA 바디 하나를 들고
보호필름을 천천히 떼어내며 시연을 보여준다.

“보호필름을 떼어낸 바디는 한쪽에 잘 놓고 선생님을 기다려 주세요.”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보호필름을 떼기 시작한다.
떼어낸 부분을 손끝으로 슬쩍 만져보기도 하고
옆 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웃기도 한다.

나는 조용히 한쪽으로 이동하고 주변 아이들에게 말한다.

“삼각지지대 두 개를 머리 부분 바깥쪽에 붙여주고, 자석 두 개는 겹쳐서 아래쪽에 붙여 주세요.”

아이 한 명의 재료를 빌려 시연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다 붙이고 나면 선생님을 기다려 주세요.”

아이들은 내가 만든 바디를 보며
자신의 오뚝이도 똑같이 만들어간다.
나는 교실 이곳저곳을 돌며 같은 설명을 반복한다.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와
“이번엔 보호필름을 떼지 않은 바디를 위에 겹치고, 자석 하나를 붙여서 고정해 주세요.”
시연을 보여주며 말한다.

“보호필름을 떼어낸 쪽에도 자석을 하나 더 붙여주세요."
"다 끝나면 선생님을 기다려 주세요.”

아이들은 설명이 끝나자 바로 따라 하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교실을 돌아다니며 시연과 설명을 반복한다.

설명이 끝난 뒤엔 12색 네임펜을 나누어 준다.
그리고 압정을 미리 끼운 삼각지지대를 들고 이동한다.

“선생님이 압정을 나누어 줄 건데 찔리지 않게 조심해야 돼요!”

“네~!”

“지금 나누어주는 삼각지지대에서 압정을 빼서 머리 쪽 삼각지지대 자리에 꼽아 고정해 주면 오뚝이가 완성됩니다.”

아이들 대답을 듣고 압정이 꽂힌 지지대를 나눠주며 시연을 보여준다.

“오뚝이가 완성되면, 네임펜으로 예쁘게 꾸며보세요!
그리고 압정 조심하고요~”

“네~~!!”

교실은 분주하지만 안정된 리듬으로 움직인다.
나는 계속 시연하고

아이들은 따라 하고,
가끔은 서로 돕는다.

완성된 오뚝이를 손으로 툭툭 건드려 보고
눈, 코, 입을 그리고
옷을 색칠하고
뿔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는 아이들

처음에 보았던 장난감 오뚝이와는 조금 다른 오뚝이

직접 만들었는데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교실은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와

뿌듯함이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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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한테 집중해 주세요.”

남아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아이들을 다시 집중시킨다.

“오늘 만든 오뚝이 재료 중에서 뭐가 제일 무거웠죠?”

“자석이요~!”

“맞아요. 자석이 가장 무거운 재료예요."
"이제 오뚝이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고 손을 떼어보세요. 그리고 자석의 위치를 잘 관찰해 보세요.”

아이들은 오뚝이를 기울이고
손을 떼고
자석을 바라본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고
몸도 따라 내려가고
어느새 아이의 턱이 책상에 닿는다.

그 모습에 조용히 미소가 지어진다.

“자석의 위치가 어떻게 변하나요?”

나는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막 움직여요~!”

대답은 나오지만,
눈은 여전히 자석에 고정되어 있다.

“잠시! 선생님에게 다시 집중~!”

아이들의 시선을 다시 모은다.

“오뚝이는 ‘무게중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무게중심은 바로 이 무거운 자석 근처에 있답니다.”

한 아이의 오뚝이를 빌려 자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한다.


"무게중심은 항상 가장 낮은 곳에 있으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뚝이를 기울이면 자석의 위치는 위로 올라가고, 손을 놓는 순간 무게중심은 다시 아래로 내려오려고 합니다. 바로 그 성질 때문에 오뚝이는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거예요.”

나는 오뚝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기울였다가 세워 보이며 말한다.

“이제 다시 한번 해볼까요? 오뚝이를 기울였다가 손을 놓고 관찰해 보세요.”

더 많은 아이들의 시선이 바닥 가까이 내려간다.
대부분의 아이들 턱이 책상에 딱 붙어 있다.

“선생님~ 어지러워요~~”

웃음이 터진다.

“좋아요, 이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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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두 개 남아 있지요?”

“네~!”

“그럼 오뚝이를 옆으로 눕혀 놓고 남아 있는 자석 두 개를 겹쳐 주세요.”

아이들은 재료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하고
나는 다음 과정을 설명하고 다시 한쪽으로 이동한다.

“겹쳐진 자석을 오뚝이에 고정되어 있는 자석 쪽으로 가져가서 서로 밀어내는 방향을 찾아야 해요.”

아이의 오뚝이를 빌려 시연을 해주며 설명한다.

“그 방향을 찾았으면, 그 방향 그대로 유지한 채 앞쪽 바디를 사이에 두고 자석을 끼워 넣어 주세요.”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아이가 자석을 집어 들고 시작하려 한다.

“아직! 선생님 설명이 끝나면 시작해 주세요~”

“네…”

아이는 자석을 내려놓고 다시 집중한다.

“끼워진 자석은 이렇게 아래쪽으로 밀어주세요. 자, 이제 시작!”

설명이 끝나자 교실이 다시 분주해진다.
나는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같은 설명을 반복한다.

“선생님! 자석이 밑에 있는 거랑 붙었어요!”

당황한 얼굴로 오뚝이를 들고 오는 아이

“자석 방향이 잘못되어서 그래요.”
나는 잘못 끼워진 자석을 빼며 대답해 준다.

“오뚝이를 눕혀 놓고 겹쳐진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서 서로 밀어내는 방향을 찾아야 해요.”

나는 일부러 자석이 붙는 방향으로 보여준다.
두 자석이 “착” 하고 붙는다.

“이렇게 붙을 때 자석을 뒤집으면 이번엔 서로 밀어내는 방향이 돼요.”

다시 시연을 보여주고 자석을 끼워준다.

“자, 이제 자석을 아래로 밀어주세요~”

“네~”

아이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자리로 돌아간다.

“선생님! 오뚝이가 자꾸 기울어져요!”

또 다른 아이가 달려온다.

“왜 그럴까요? 이제 그걸 확인해 볼 거예요.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 주세요.”

“모두 선생님에게 집중!”

아이들의 시선을 다시 모은다.

“우리는 지금 오뚝이에 무거운 자석을 추가했어요. 그러면 무게중심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

멀뚱멀뚱

아이들이 나를 바라본다.
서로 눈치를 본다.


“오뚝이에 자석을 추가하면 무게중심의 위치가 변합니다.”


나는 앞에 있는 아이의 오뚝이를 들어
자석의 위치를 천천히 이동시키며 보여준다.

“자, 모두 추가한 자석을 오뚝이 중앙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보세요.”

아이들의 손끝이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시선은 바닥 가까이로 향한다.
오뚝이가 똑바로 서 있는지, 기울어졌는지
아이들이 집중하며 확인한다.

“오뚝이가 기울어져 있으면 자석이 중앙이 아니라 옆으로 치우쳐 있는 거예요. 기울어진 반대쪽으로 자석을 조금 이동시켜 주세요.”

아이들은 더욱 신중해진다.
시선은 다시 내려가고

손끝은 집중된다.

“추가한 자석을 중앙에 놓으면 무게중심은 위로 올라가지만, 아래쪽 자석과 같은 선에 있어 오뚝이는 똑바로 설 수 있어요.”

“이번엔 자석을 살짝 옆으로 이동시켜 볼게요.”

나는 아이의 오뚝이를 다시 빌려 자석을 옆으로 조금 밀고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오뚝이는 기울어진다.
나는 오뚝이를 세워 손을 놓는다.
오뚝이는 흔들흔들
그리고 기울어진 자세로 멈춘다.

“히히~”

기울어진 오뚝이를 보며 아이가 웃는다.
아이들도 자석의 위치를 조금씩 옮겨 보며
각자의 오뚝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흔들흔들 오뚝이들이 움직인다.

“ㅋㅋㅋ”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이상한 오뚝이
이상하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있는’ 오뚝이.

당연히 같아야 되지만

다른 오뚝이와 다르게 서있던 오뚝이는

질문을 확장시키고


질문을 확장하고 해결해 보는 과정을 경험하는 이 순간


기대하지 않은 성과는 아이에게 행복한 과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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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든 오뚝이는 집에 가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자석에 붙는 물건을 붙여 보관하면 좋아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네~~!”

수업은 끝났지만
아이들의 손끝은 여전히 오뚝이를 툭툭 건드리고 있다.

한 아이는
오뚝이를 어깨 위에 올려본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오뚝이는 금세 툭 떨어진다.

그래도 아이는 웃는다.
오뚝이를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문을 나선다.

무게중심이 변하는 오뚝이는

오늘 관찰하는 동안

집에 가는 동안

책상 위에 오뚝이를 보는 동안

아이의 방식으로 정리될 무게중심이다.

아이의 발걸음은 가볍고 뿌듯하다.

엄마에게 자랑할 생각에
동생에게 보여줄 생각에

오뚝이에 머리핀을 붙여 놓고 보관할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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