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LAB 서문
무엇을 보여 주고(보이는 과학)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즐거운 과학)
보이는 과학이 즐거운 과학으로 운영되면 참가자들은 스스로 지식을 흡수하고 확장한다. 문제는 그 속도와 방향이 운영자의 예측을 넘어서면서 대응하기 어려운 지식의 깊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거울 두 장으로 실험을 해볼 거예요.”
내가 아크릴 거울 두 장을 들어 보이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우와~ 진짜 거울이다!”
“이거 집에 가져가도 돼요?”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일단은 실험 먼저 해봅시다.”
거울 두 장을 테이프로 이어 붙이도록 안내하고, 아이들이 작업하는 동안 각도기를 나누어 준다.
막대사탕 하나씩도 책상 위에 올려준다.
“히히~”
아이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아직 먹으면 안 돼요!”
“네~~”
“거울을 각도기 위에 올려 세워 보세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선생님, 몇 도로 맞춰요?”
“지금은 여러분이 편한 각도로 세워 보세요.”
“저는 45도 했어요~”
“90도 만들었어요~”
“저는 80도요, 히히.”
거울을 세운 아이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번진다.
나는 한 모둠으로 가서 거울 사이에 사탕을 올려놓는다.
“우와~ 4개다!”
거울 속 사탕을 본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이제 사탕을 거울 사이 중앙에 놓고 관찰해 보세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이미 사탕을 움직이고 있었다.
“와, 5개!”
“선생님, 여기 7개 보여요!”
“자, 하던 거 멈추고 선생님한테 집중!”
왁자지껄하던 교실이 잠시 조용해진다.
아이들의 눈은 여전히 거울과 나를 오가며 분주하다.
“거울을 오므리거나 벌려서, 사탕이 두 개가 되도록 해보세요.”
조용히, 신중하게 손이 움직인다.
“됐어요, 두 개!”
“저도요~”
아이들이 만들어낸 상을 확인한 뒤, 나는 질문을 이어간다.
“지금 두 거울의 각도는 몇 도인가요?”
“120도요!” 한 아이가 주저 없이 대답한다.
“네, 맞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사탕을 5개 만들어 보세요.”
다시 손이 바빠진다.
“60도요!” 묻지 않았는데도 대답이 튀어나온다.
“거울 속 상의 개수는 360도를 각도로 나눈 값에서 1을 빼면 알 수 있습니다.”
“각도가 커지면 상의 개수는 줄고, 각도가 작아지면 많아집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마치고 활동을 제시한다.
“거울의 각도를 바꿔 가며 사탕의 개수를 직접 확인해 보세요.”
거울을 벌리고 오므리고, 사탕의 개수를 세고, 각도를 확인한다.
어느새 한 아이가 가방에서 노트와 연필을 꺼내더니 계산을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과학은 즐거운 과학이 되고
아이는 지금 과학자가 되어 있다.
조용히 지켜보던 내 시선에 예상하지 못한 아이들의 활동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아이가 작은 장난감을 꺼내 거울 사이에 올려놓는다.
“어? 이건 가운데가 아니잖아?”
“괜찮아, 그래도 해보자!”
비대칭으로 비친 장난감의 모습에 깔깔 웃음이 터진다.
다른 모둠에서는 거울을 이어 붙여 이상한 모양을 만든다.
“내 것도 같이 하자!”
거울이 여러 장 합쳐지며, 사탕의 상은 더 복잡해진다.
“우와, 17개야!”
“아니야, 21개야!”
“선생님, 이거 몇 개예요?”
나는 잠시 멈췄다가 대답한다.
“거울이 많아지면, 보는 방향에 따라 보이는 개수가 달라집니다.”
“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여기저기 각도를 바꿔가며 들여다본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작은 고민이 스친다.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어디서 멈추어야 할까?’
처음 계획한 단순한 실험은 이미 넘어섰다.
아이들은 나의 준비를 벗어나, 훨씬 깊은 영역을 탐구하고 있었다.
“하던 거 멈추고, 다시 집중합시다!”
아쉬운 표정 속에서도 아이들은 차분히 손을 멈춘다.
“사탕은 잘 보관했다가 수업 끝나고 먹으면 됩니다.”
“네~~, 히히.”
사탕은 그렇게 주머니와 가방으로 들어간다.
“이제 거울에서 테이프를 떼고 책상에 정리해 주세요.
그리고 선생님이 나누어 주는 것은 지시할 때까지 만지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거울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만화경 키트를 나누어 준다.
다행히 아이들은 다시 통제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거울의 각도가 작아지면 거울 속 사탕이 많아졌어요.”
내가 설명을 덧붙이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두 거울이 서로 마주 보면서, 각도가 0이 되면 거울 속 사탕은 몇 개가 될까요?”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거울을 움직인다.
거울 두 개를 딱 마주 보게 잡고, 그 사이에 사탕을 넣어 본다.
“많아요~!”
“세기가 힘들어요…”
나는 만화경 키트를 들고 한 모둠으로 다가간다.
“이제 만화경 키트 안에 있는, 구멍 뚫린 작은 거울을 꺼내 보세요.”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직접 작은 거울을 꺼내며 설명한다.
“큰 거울과 구멍 있는 거울을 마주 보게 들고, 그 구멍으로 거울 안을 들여다보세요.”
시연을 보던 아이들이 따라 해 본다.
“너무 많아요, 못 세겠어요!”
“으흐흐, 무서워요~”
거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탕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깔깔거린다.
곧 장난은 다른 방향으로 번진다.
“야, 구멍에 너 보여! 나도 봐봐!”
서로의 얼굴을 구멍으로 보며 까르르 웃는다.
“하던 거 멈추고, 다시 집중합시다!”
나는 남아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아쉬움이 역력하지만, 아이들은 차분히 손을 멈추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두 거울이 서로 마주 보면서 각도가 0이 되면, 거울 속에는 무한대의 상이 만들어집니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설명을 이어간다.
“이제 키트 안에 있는 상자 도안과 거울을 이용해서 만화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활동에 몰입하면서, 이미 계획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거울을 이어 붙이고,
장난감을 올려보고,
친구의 거울까지 가져다 붙이며 끝없이 실험을 확장하는 모습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은 즐겁고도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 흐름을 억지로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정해진 수업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아이들을 지도한다.
도안을 꺼내고,
스티커를 붙이고,
거울을 끼우고,
테이프로 고정하는 과정이 서둘러 이어진다.
아이들은 서둘러 손을 움직이며 만화경을 완성한다.
“와, 됐다!”
“이제 안에 보여요!”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설렘이 담겨 있었지만,
관찰하는 과정을 충분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마무리하며 아크릴 거울을 회수하려 하자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선생님, 이거 안 돌려주면 안 돼요?”
“집에 가서도 더 해보고 싶어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늘은 가져가도 됩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운영 초기 아크릴 거울은 재료비 문제로 체험 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재료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만화경보다 아크릴 거울에 더 애착을 보였다. 능동적으로 다양한 실험의 시도가 가능한 도구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후 아크릴 거울은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산출물에 포함시켰다.
보이는 과학으로 운영되는 체험과학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지식을 흡수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질문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현실적으로 모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참가자들이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모습에서 보이는 과학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고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제공해 주는 물체가 아닌 가지고 있던 작은 물체를 거울 사이의 비대칭 위치에 놓고 관찰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조별로 가지고 있던 거울을 모두 이어 붙여 평면이 아닌 큰 거울을 만들어 실험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제공했던 거울이 같은 크기의 평면거울 두 장외에 만화경 키트에 포함되어 있던 작은 평면거울 두 장이 더 있었다는 것이었고 참가자들은 작은 크기의 거울 두 장까지 포함시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자료를 조사하고, 어떤 내용을 추가해 콘텐츠를 수정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다시 던졌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첨단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과학의 세부 분류를 넘어선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전문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 사람의 과학자, 혹은 한 연구 그룹이 모든 영역에서 전문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체험과학은 과학의 유행과 흐름을 따라가며, 콘텐츠로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체험과학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운영자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 지식의 깊이는 필연적으로 얕을 수밖에 없다. 넓은 스펙트럼과 깊은 전문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화학자로서, 참가자의 질문이 화학과 관련된다면 최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학, 생물학, 공학 등 다른 분야는 내 전문 영역이 아니다. 충분한 지식의 축적 없이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참과학이 아닌, 유사과학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따라서 체험과학은 깊이보다는 넓이를 다루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참가자의 질문이 특정 분야로 깊어질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와 연결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영재교육 프로그램처럼 심화 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체험과학의 역할이 아니다.
체험과학의 본질은 참가자들이 실험 속에서 과학적 방법을 습관화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며, 과학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그것이 체험과학이 추구해야 할 목표다.
한 사람의 과학자가 성장해 가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히 접한 지식이나 기술로부터 새로운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의 확장을 통해 더 깊은 지식과 기술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과학기술을 접하며 던지는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적인 과학적 질문이든, 상식적인 과학적 질문이든, 지식과 질문의 확장을 통해 해결된다.
체험과학은 바로 그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지속적인 체험 속에서 습관화된 과학적 방법은 참가자들에게 지식과 질문을 넓혀 가는 기본 도구가 되며, 이는 곧 과학을 자기 삶 속에서 살아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