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의 의미
1968년생인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는 리버풀에서 남쪽으로 약 20~30마일 떨어진 체스터시에서 태어나 리버풀에서 성장했다. 어머니는 리버풀에서 미술 교사로, 아버지는 직업 군인(해군 중위)을 그만둔 후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4살이 되었을 때 부모님은 이혼했다.
크레이그가 어릴 때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가 리버풀의 연극계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6살 때부터 학교의 연극에 출연했던 것이다.
16살 때 연기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80년대 초반의 영국은 끔찍한 실업 사태의 공포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런던의 국립 청소년 극장에서 개최하는 여름 캠프부터 연기 수업을 받고 계속해서 무대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공원 벤치에서 자고 무료 급식소, 쓰레기통을 뒤지며 끼니를 해결했지만 리버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후 몇 편의 무대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1992부터 몇 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전혀 주목을 받을만한 역할이 아니었고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2006년 나이 38세에 <카지노 로얄>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ON 프로덕션이 크레이그에게 '피카딜리 사무실에서 차 한 잔 하자'라고 연락이 온 것은 2004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EON의 제안을 쉽게 수락할 수 없었다. 제임스 본드 역할이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한 행사에서 만난 피어스 브로스넌이었다.
한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전직 제임스 본드였던 그는 "해 봐. 그냥 해 보는 거야."라고 말해주었던 것이다.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안 플레밍이 사망한 후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최초의 배우가 되었고 <카지노 로얄>은 단번에 그를 인기 배우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호평을 받았다.
Tip: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내 레이첼 와이즈와 살고 있는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 리버풀 FC의 열렬한 팬이다. 그리고 2021년 영국 해군 명예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Quantum of Solace>
참으로 뜬금없는 제목이었다. 007 영화에 이런 제목이라니…
혹자는 역대 007 시리즈 영화 중에서 가장 멋있는 제목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목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quantum은 물리학에서 쓰는 용어이다. 한글로는 양자(量子)라고 읽고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이고 물리학 해석은 상호작용과 관련된 모든 물리적 독립체의 최소 단위이다.
그럼 solace가 위로, 위안의 뜻이니 이렇게 해석해야 하나… 위로의 양자, 위안의 양자… 그중에서 가장 그를 듯한 해석은 ‘한 줌의 위안’이 있었다.
역대 007 시리즈 영화는 대부분 제목에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악당들의 조직이나 역할, 대결 구도를 추측할 수 있는 그런 제목이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제목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영화를 전부 감상한 후에 얘기해야 할 것 같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2008년에 제작 발표된 시리즈 22번째 영화이다. 전편의 ‘카지노 로얄’이 세상에 나온 지 2년 만에 나왔으니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아무든 前作 ‘카지노 로얄’이 숙제를 많이 남긴 채 끝났으니 애당초 다음 편 영화는 전작의 의문점들을 해소하는 속편의 성격이 짙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입김이 각본 과정부터 개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죽어가고 있던 007 영화가 ‘카지노 로얄’의 흥행 성공과 극찬 그리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대니얼 크레이그의 인기는 속편 제작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카지노 로얄’ 제작 때처럼 주연배우 선정을 위해 무려 200여 명의 배우를 인터뷰하던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대본 초안을 만들었던 두 명의 작가가 쓴 내용은 너무 형편이 없어 ‘카지노 로얄’의 대본을 다듬었던 폴 해기스(Paul Haggis)가 참여해야만 했다. (하지만 곧 작가들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대본 작업이 늦어지자 감독으로 선임되었던 사람이 손을 뗀 후에 2007년 6월 독일 출신 감독인 마크 포스트(Marc Forster)가 감독으로 확정되었다.
독일 출신…
그는 ‘네버랜드를 찾아서’(2005년)라는 영화를 통해 골든 글로버를 수상하며 일부 팬덤들에게 천재형 감독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지만 웃기게도 그의 첫마디는 ‘나는 본드 영화 팬이 아니다’였다.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랐다는 (본드의 어머니가 스위스 출신이다) 것이 약간 위로가 되었지만 가장 슬픈 사실은 그가 영국 출신, 혹은 영 연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최초의 감독이라는 점이다.
007 시리즈는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다. 영국 영화의 상징이고 자존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사회 때 영왕 폐하님도 참석하는 뼛속 깊이 영국 영화라는 점이 무시되었다.
마크 포스트 감독은 ‘죽은 베스퍼의 아이가 스위스에서 자라고 있고 본드가 이를 찾아간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황당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그 누구의 창작품이 아니다. 이 제목은 원작자 이언 플레밍의 단편 소설 ‘For Your Eyes Only’(1981년의 영화 제목)에 나오는 소제목으로 쓰였던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에 Quantum of Solace의 의미를 이렇게 풀어놓았다. "when the Quantum of Solace drops to zero, humanity and consideration of one human for another is gone".(위안의 양자가 0으로 떨어지면 인간성과 다른 인간에 대한 배려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는 덧붙여서 ‘본드는 베스퍼가 죽었기 때문에 quantum of solace를 전혀 남기지 않았고 따라서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복수만이 있을 뿐이고 이 복수만이 자신이 다시 행복한 세상을 맞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이언 플레밍의 해석으로 인해 영화의 제목이 ‘퀀텀 오브 솔러스’로 정해지자 팬덤들 사이에는 제각각의 추론으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고 이는 대본이 뒤죽박죽으로 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작가들의 파업까지 겹쳤으니…
다니엘 크레이그는 "베스퍼 린드의 복수를 해야 한다. 그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정의했고 이로써 "퀀덤"은 자신이 복수해야 할 조직 이름이 되었다.
2008년 1월 24일 제작 발표회 불과 며칠 전에야 "퀀텀 오브 솔라스"가 제목으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작가들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는 결국 감독은 물론 영화의 제작에 많은 영향을 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