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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Nov 22. 2024

월수금 새벽시간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3주 차 병아리. 일주일에 3회에서 4회씩 뛰고 있다. 뛰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 심박수가 150이 넘어가면 천천히 걷는다. 어르신처럼 뛰고 걷는다. 절대로 2일 연속 뛰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허리나 무릎이나 어디 하나 불편한 것이 감지되면 다시 천천히 걷는다. 기록이나 속도, 동호회나 대회출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실, 새벽시간 혼자 뛰면서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이 시간이 좋아서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내가 뛰게 된 동기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컸던 것은 부정맥과 저혈압이다. 

9월에 갑자기 응급실에 갔어야 했다. 급하게 일정을 취소하고 갈 만큼 나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인 통증이었는데 진단명은 서맥이 전부였다. 그날은 안심하고 집에 돌아와 잘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뒤로 한 달 정도를 나는 숨이 찼고 한 시간 일하고 한 시간 눕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강의를 급하게 또 취소할 수 없어 일정대로 일주일에 2회 이상 잡혀있는 것은 다 참석했다. 하지만 한 시간에 한 번씩 숨이 차고 낭독하다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은 조절이 되지 않았다. 심혈관 병원에서 기본적인 혈액, 초음파 검사, 홀터검사와 운동검사를 받고 한 달 정도 기다린 결과 부정맥과 저혈압이 시작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유 없이 줄고 있는 체중은 운동부족으로 인한 식욕부진이라니, 내가 밥맛이 없어서 살이 빠지다니. 다행히 갑상선 항진증이나 걱정했던 병들을 발견되지 않아서 한시름 놓았다.


9월에서 10월 집에 오랜 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내면서 한 달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몇 년이 지나간 것 같은 시간이었다. 2024년도는 정신과 육체의 격동기가 분명한 것 같다.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면 운동을 꼭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11월이 시작되었고 밀려들어오는 일들에 휩쓸리면서 위기가 있었다. 밤에도 뛰어보고 낮에도 뛰어본 결과 불면증이라 일찍 깨는 새벽시간이 그나마 제일 잘 맞아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 한강 주변을 뛰면서 새벽에 해를 받으며 깨어나는 풀과 나무를 보았다. 대교 위로 빛을 내며 지나가는 출근길 버스와 전철들, 주황빛에서 분홍빛 그리고 희미하게 푸르게 변해가는 새벽하늘이 나에게 정신적으로 큰 환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수면상태는 들쭉날쭉 해서 오늘 아침은 정말 나가기가 힘들었다. 누운 상태로 뒷목부터 허리 다리까지 30분간 주무르고 겨우 정신 차리고 7시에 나갔다. 역시 막상 나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늦게 나가서 오늘은 아침밥을 민호가 해서 먹이고 아이들은 9시에 나갔다. 

 

자다가 깼을 때 달리고 있을 때 새로 쓰고 있는 글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이미지와 글, 그리고 이 책이 하려는 전체적인 메시지가 도대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본다.

하루하루가 그리고 마음 쓰는 모든 일들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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