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바다의 열을 재고 내려왔다.
일은 밀려있지만, 프리랜서이고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면 어쩔 수가 없다. 유치원에가서 아이들을 데려오고 요거트에 블루베리를 타서 간식으로 두고 내려오며 바다의 열을 확인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 초능력자가 된것인가 싶은게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인간 체온계가 된것이다.
미열과 고열을 만지기만 해도 구분하게 되었다. 내가 손과 몸이 찬편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만 뜨거워도 금방 알게된다.
아이들이 생기기전에는 이런것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5살 무렵까지는 소아과를 일주일에 세네번씩 간적도 자주 있었다. 전염병에 걸리면, 한 애가 나으면 다음 애가 차례로 아팠기 때문이다. 노로 바이러스에 걸린 토하는 아이를 안고, 밤새도록 자다가 끊임없이 토해 내는 아이의 기도로 토가 넘어 갈까봐, 불안해서 잠들지를 못했다. 이불에 온통 토해 놓아서 결국 덮지도 못하고 추울까봐 아이를 안고서 토를 받아내고 닦으면서 밤을 새는 일 같은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이제 제법 커서 예전만큼 심하게 자주 아프지 않아서 방심하고 있었더니 에어컨 덕에 약한 감기가 걸린것 같다. 바다의 등이 머리가 뒷못이 평소보다 뜨겁고 까슬까슬 하다.
어제 저녁, 덧샘을 하다가 틀리자 내가 가만히 있자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것 같은데?
라고 속삭이던 바다의 눈치가 생각이 난다.
나는 분명 답답하게 속이 터지고 있었다. 아이의 눈치보는 옆으로 돌아간 눈빛과 함께 바다 특유의 가는 목소리를 듣자, 내가 말없이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무장이 풀리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에 하늘이가 이런말을 물어보았다.
-우리가 태어나서 힘들어?
- 왜 그렇게 물어봐. 하늘이 바다가 안태어 났으면 엄마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을거야.
진짜로 그렇다.
너희들이 태어나고 나는 조금 더 다른 세계를 매일 매일 조금씩 열어 본다.
그리고 하루를 하루 같지 않게 보낸다. 나는 더이상 예전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처럼, 갑자기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 깨자마자 아이가 뜨겁다는것을 느끼는 순간, 모든 가능성과 효율적인 아침에 대해 생각을 마치고, 자고 있는 민호를 깨운다. 미리 소아과에 가서 오프닝 40분전쯤에는 예약을 해두어야만 두시간씩 기다리지 않을것임을 예고한다. 민호는 깨서 세수도 못하고 소아과에 예약을 하러 갔고, 오픈 40분전에 도착했어도 우리 아이들은 대기번호 8,9번이었다.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전, 프렌치 토스트와 우유를 아이들에게 해서 다 먹이고, 확인하고 고 유치원 등원준비를 시키고, 설거지를 마친다. 민호가 오기 5분전, 계란후라이를 올려두고 샌드위치 빵을 굽는다. 민호가 도착해서 문을 열자 샌드위치를 반을 쪼개서 두개를 먹을건지 하나를 먹을건지 물어본다
아이들이 나간 시간부터 민호가 나 대신 아이들의 진료를 보고, 약을 먹이고 유치원 등원을 시켰다.
그래도 오늘 유치원이 잠깐 이나마 아이들을 돌보아준 시간동안, 나는 그림책 한권의 밀린 수정을 세장 남기고 마쳤고, 가장 기피했던 지원사업 전산처리를 전화로 문의해가며 한시간에 걸쳐 마무리 했다. 오늘의 할당량인 운동도 했고,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이 시간 동안은 이렇게 브런치에 일기도 쓴다.
어제 결국 통화할 짬이 나지 않은, 아는 애기 엄마는 일때문에 아이와 저녁때까지 한끼도 챙겨먹지 못할 만큼 바빴다고 했다. 이렇게 엄마들은 아빠들은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이 하루를 산다. 나도 너희들이 태어나고 나서 이렇게 숨가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사는 지금이 좋다. 분명히, 더 조용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자유가 있었겠지만, 지금이 더 재밌는것 같다. 너희들에 존재에 감사한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하늘이가 한번 크게 엎어져서 쾅 소리가 났고, 가서 혼내고 소리지르다 다시 와서, 글을 급하게 마무리 한다. 아주 긴장을 풀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