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타민 밀반입,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무겁게 돌아갑니다

by 이동간


심플하고 강렬한 카드뉴스 (12).png
Marceline Anderson.gif


케타민. 요즘 들어 유난히 이 단어가 귀에 걸립니다. 처음엔 그냥 뉴스 속 자극적인 소재로만 느껴졌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글을 찾고 계신 당신이라면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겠죠. 분명, 무언가가 마음에 걸려 여기에 도착하신 겁니다. 직접 연루되었거나, 아니면 가까운 누군가가 잘못된 선택으로 법의 문턱에 다가가고 있는 상황.


검색창에 '케타민 밀반입'을 입력하는 손끝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두려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게 정말 그렇게 큰일인가요?”, “양이 얼마 안 돼도 문제되나요?”, “초범이면 봐주는 거 아닌가요?” 이런 생각들. 전부 당연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릅니다. 생각보다 훨씬 다릅니다.


해외에서 들고 들어온 순간, 판이 바뀝니다


케타민은 흔히 오해됩니다. “의료용이라며?”, “진통제로 쓰이던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원래는 병원에서 쓰이던 약입니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그 '용도' 때문입니다. 치료 목적이 아닌 향정신성 오용, 그것도 ‘국외 반입’이라는 경계를 넘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우리나라는 케타민을 ‘마약류 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법적 잣대가 매우 날카롭습니다. 국내에서 의사 처방 없이 소지하는 것조차 위법인데, 하물며 외국에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다면? 이건 단순 소지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밀반입’으로 해석됩니다. 명백한 국제범죄로 분류되며, 수사기관의 시선은 그 누구에게도 유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양이 적으면 좀 봐주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수사기관은 양보다 ‘행위’에 주목합니다. 실제로 1g도 안 되는 케타민을 해외에서 들고 들어오다 공항 검색대에 걸려 곧장 입건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게 왜 심각할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범죄 구성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의도가 어땠느냐'를 먼저 묻지 않습니다. 결과를 보고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본인은 "호기심이었다", "단 한 번이었고, 혼자 쓸 생각이었다"고 진술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유통 가능성'을 먼저 의심합니다. 본인이 아닌 '범죄 구조'를 보려는 거죠.


심리적으로 이런 생각도 드실 겁니다. "초범인데, 조금만 설명하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런 믿음으로 초동 진술에 나섭니다. 그런데,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합니다. 진술 한번 잘못하면 그 진술이 향후 기소 판단의 기준점이 되어버립니다. 모든 것이 꼬입니다. 수사 방향도, 사건 해석도, 처분 결과도.


대응의 속도, 그것이 결과를 바꿉니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사건들은 느긋한 태도를 절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특히 케타민 밀반입처럼 '국제범죄' 프레임이 붙는 사안은 초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흐름을 놓치게 됩니다. 그럼 어디서부터 꼬일까요? 바로 ‘기소 여부’에서 판가름납니다.


저는 지금까지 수십 건의 마약 사건, 특히 케타민과 관련된 밀반입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그중 다수는 초기에 연락 주셨던 분들이었습니다. 반면, 이미 구속되거나 기소 직전에 연락하신 분들은 결과적으로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법률적으로 보자면, 수사는 방향성 싸움입니다. 사용 목적이었다는 주장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선 진술의 타이밍, 근거 자료의 제출 시점, 심지어 반성문 작성의 톤까지 하나하나 맞물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절대 쉽지 않습니다. 감정이 흔들리고, 절차는 낯설고, 수사기관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죠.


“결국 불기소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필요합니다. 반입 경위, 양, 사용 정황,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한 초기 개입'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있어야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혹은 경미한 처분을 이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담당했던 A씨 사건은 태국에서 케타민을 소량 구매해 돌아오던 중 공항 세관에서 적발되었습니다. 처음엔 수사기관에서도 구속 검토까지 했던 중대한 사안이었죠. 그러나 사건 초기부터 대응 전략을 전면 재설계했고, 사용 목적 중심의 진술로 초점을 재조정했습니다. 그 결과는 ‘기소유예’였습니다. 관건은 속도였고, 방향이었습니다.


마무리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이미 고민의 선을 넘으셨을 겁니다. 단순한 정보 검색이 아니었죠. 지금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저는 상담만 하고 끝내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이 아닌 ‘개입’을 합니다. 케타민, 필로폰, LSD, 졸피뎀, 대마… 이름이 무엇이든 본질은 같습니다. 늦기 전에 움직이는 쪽이 판을 바꿉니다.


처음이든 아니든, 양이 적든 많든,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지금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고, 바꿀 수 있는 구간은 열려 있습니다. 질문은 이겁니다. 언제 움직이실 겁니까?


Marceline Anderson.gif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무원마약, 직위해제부터 징역까지, 어떻게 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