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과 고양이(10)

소소한 승리

by 푸른고래

녀석은 일주일째 마당에 똥을 싸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지 않고 이들과의 싸움을 한주일 더 연장해 보기로 하였다.


“그런다고 고양이가 도망갈 것 같으냐 길 고양이들은 쉽게 자신의 터전을 떠나지 않는 법이여, 다 소용없는 짓이니 괜히 마당만 정신 사납게 해놓지 말아라."


마당을 치우고자 하는 엄마와 실랑이를 하면서도 끝끝내 마당 치우기를 거부하며 또 그렇게 일주일을 더 버티었다. 역시 이번에도 김 군의 승리, 녀석의 새로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양이똥을 담배꽁초로 덮어 놓은 후 2주째 되는 날 의기양양하게 처음 녀석과 싸움을 시작하던 날처럼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모종삽을 들고 담배냄새에 절은 고양이 똥을 치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담배꽁초를 뿌려 놓았다.


때마침 그날 저녁 밤새 촉촉한 가을비가 내렸고 녀석의 흔적은 빗물에 씻겨 참참이 땅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할 그가 아니었다. 이제 막 사라지기 시작한 고양이 똥 냄새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놈의 존재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잠시 방심하면 다시 그 지긋지긋한 냄새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은 초조함에 비록 마당이 담배꽁초로 어질러져 있는 상황을 감내하더라도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기다림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녀석의 존재를 지그시 밟고 앉아 한껏 여유를 부리며 튀어 오르는 것을 막고 있는 기분을 야금야금 즐기다 보니 마치 거인의 발걸음처럼 성큼성큼 두 주일이 빠르게 흘러갔다.


녀석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는지 가끔씩 한밤중에 자지러지듯 상대를 유혹하며 질러대던 야옹 소리도 없어졌다. 그러자 김 군은 그동안 지저분하게 어질러 놓았던 마당을 말끔히 치우고 나서 내친김에 계단 물청소까지 구석구석 공들여 청소를 했다.


근 한 달 가까운 시간 끝에 하루가 멀다 하고 마당에 똥을 싸질러 놓던 녀석들이 완전히 꽁무니를 감추어 버렸다. 완벽한 K의 승리였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마당에 늘어놓은 담뱃재를 치울 무렵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라도 어딘가에 숨어 자기의 영역을 빼앗은 자를 쏘아보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피식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집착도 병이라는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군'.


아무튼 녀석 때문에 잠시라도 긴장할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까지는 경우가 아닌 것 같고 고요하기만 하던 일상에 돌멩이 하나 툭 던져놓고 잠시 파동이 퍼져나가다가 다시 물결이 잠잠해지는 상황처럼 그렇게 녀석과의 싸움이 처음에는 팽그르르 돌 정도로 화가 났었지만 승리가 빤히 보이는 시점에서부터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화가 가라앉으며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끝나게 되니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렇게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난 후 마당에 평화가 찾아올 무렵 김 군은 인터넷에 고양이똥 퇴마사란 닉네임으로 글을 하나 올렸다.


<완벽한 고양이 똥 퇴치법> 작성자 닉네임 : 고양이똥 퇴마사


여러분 아직도 고양이 똥 때문에 골치를 않고 계시나요?

혹시 똥 덩이를 무심코 밟으셨던 적, 꼭지가 돌아버릴 만큼 놈들 때문에 화가 났던 기억이 있으셨나요? 그

렇다면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현재 인터넷 웹서핑에 떠돌아다니는 각종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신 분,


특히 식초나 레몬즙, 압정, 쿠킹포일, 석류나뭇가지, 애견탈취제, 쥐약, 모기향, 개를 풀어놓는다. 등을 사용해 봐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음... 물론 며칠은 간헐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녀석들은 완전히 퇴치된 것이 아니며 잠시 소강상태 일뿐 다시 나타납니다. 아니 반드시 다시 나타나게 되어있습니다.


왜냐고요?


원인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녀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똥을 쌀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열심히 녀석들의 똥을 치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치우지 마십시오. 놈들보다 더 지저분하게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녀석들이 싫어할만한 것들을 좀 더 첨가해 주면 상황이 완벽해집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요?


흔히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하지요 이것은 개똥보다 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담배꽁초입니다. 담배꽁초는 독한 냄새와 치명적인 여러 가지 유해한 물질을 가지고 있는 아주 탁월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선 똥 덩어리 위에 당분간 방치해 두었다가 놈들이 똥 싸기를 포기했다 싶을 시기쯤에 녀석들의 흔적을 완전히 치워낸 후 다시 녀석들이 범행을 저질렀던 영역 주변을 중심으로 담배꽁초를 뿌려 놉니다.

아참! 뿌려둔 담배꽁초 위에 화초에 물을 주듯 간간이 물을 뿌려 냄새가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과정을 잊지 마십시오! 이렇게 미관상 눈살을 찌푸릴 만큼 지저분한 상태로 한 2주간 방치한 후 현장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이제 잔디가 깔린 당신들의 정원 마당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여러분의 승리를 확신하며,

파이팅입니다.


그날 이후 계절이 한 바퀴를 회귀하여 다시 가을로 되돌아온 지금까지 고양이들은 마당에 똥을 싸지 않았다. 그렇게 마당에 잔잔한 평화가 유지되던 어느 날 좀처럼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강력한 잔소리 탓에 평소처럼 현관 앞에서 무심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허리께까지 오는 담장 너머로 앳된 모습의 옆집 여자가 수줍은 듯 겸연스레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 계단에 있는 담배꽁초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마당에 고양이가 자꾸만 똥을 싸놔서 골칫거리였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까 고양이똥 퇴치법에 담배꽁초를 사용해 보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요, 저희 집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어서” 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군은 피우고 있던 담배꽁초를 급하게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아 네 그럼요,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필요하신 대로 가져가세요.” 김 군은 입안 가득히 피실 피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현관 계단 앞에 꽁초가 수북이 담긴 재떨이를 담장 너머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이전 09화김 군과 고양이(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