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과 고양이(9)

치밀하고 은밀하게

by 푸른고래

흥분은 대부분의 논리적인 생각들을 갉아먹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갉아 먹힌 생각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논리적인 사고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즉흥적으로 고양이의 행동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열을 내며 덤벼들었던 자신의 주책없이 무식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고양이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김 군은 고양이의 행동 습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배뇨행위를 통한 고양이의 영역표시는 정상적 고양이의 일종의 사회활동으로서 고양이는 배뇨를 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설정한다. 그리고 배변 후 반드시 모래를 덮어 더러운 것을 감추려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똥뿐만 아니라 맛없는 음식도 모래를 덮는 습성이 있다. 이런 행동은 깔끔한 성격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위의 일종으로서 고양이만의 특성에 해당한다.


고양이가 꼬리를 세우고 똑바로 쳐다보는 자세는 낯선 물체를 봤을 때 흔히 보이는 버릇으로서 놀라서 관찰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즉각 공격하지는 않으며 덤벼들기까지는 않아도 약간의 흥분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꼬리를 배아래도 말아 넣음으로써 몸을 작게 보이는 행위는 겁을 먹은 상태로서 자신의 몸을 작게 보임으로 해서 상대에게 자신이 약하니 덮치지 말아 달라는 방어의 자세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양이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박수나 쉿 소리를 내어 깜짝 놀라게 해야 한다.

굳이 요란스럽게 반응하지 않아도 고양이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알고 보니 낮에 고양이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행동은 알고 보니 자기를 우롱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자신도 놀라서 흥분상태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놈들 이제 내 손에 죽을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고양이 똥처럼 뭉개져 버렸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알려진 온갖 충격적이고 치밀한 방법들을 다 사용해 보아도 녀석은 일주일에 두어 번씩 같은 자리에 똥을 싸질러 놓는 못된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고 그는 이러한 그들과의 싸움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마치 생선가게 앞 노전에 팔다 남은 선도가 떨어진 생선처럼 흐리멍덩한 눈을 치켜세우며 그날도 놈이 싸질러 놓은 똥 더미 앞에서 “이걸 치워 말아” 고민하며 신경질이 다닥다닥 붙은 얼굴로 담배를 뻑뻑거리며 피워대고 있었다. 매번 녀석들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고 또 치우고 그것도 귀찮아져서 한 일주일 그냥 놔두면 그 옆에 또 싸놓고 그 위에 똥파리무리 들이 들끓고 하는 것이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제는 고약하던 냄새마저 어느 정도 내성이 붙었는지 잔디에 들어서면 우선 놈의 똥냄새부터 킁킁거리며 맡아내는 것이 옆집 개새끼 마냥 습관이 들기 시작했다.


놈이 똥을 눈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이 그대로 삽으로 떠내자니 잔디 여기저기 엉겨 붙을까 봐 차라리 똥이 굳은 뒤에 치우는 것이 수월하겠다 싶어 그대로 두고 계단을 오르다가 피우다 만 담배꽁초를 고양이 똥 위에 던져 버렸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가는 한 가지,


“녀석들이 지저분한 걸 싫어한단 말이지, 그래 좋다 나도 니들처럼 한번 지저분하게 한번 놀아봐야겠다.”


기왕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나도 너처럼 그렇게 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계단 앞에 놓인 담배꽁초 통을 통째로 고양이 똥 위에 쏟아부었다. 니들 똥냄새도 독하지만 담배꽁초 냄새도 그에 비할 바 아니지 아니 차라리 독한 거로 치면 화장실 청소 약, 바퀴벌레 약 등 수 없이 많은 발암물질 등 안 좋은 물질이 들어가 있는 담배꽁초가 더 독하다 할 것이다.


“어디 한번 당해봐라 이 양심 없는 놈들아 ”


그다지 기대는 안 했지만 속은 후련했다. 무언가 톡톡히 분풀이를 해댄 것 같아 그동안 녀석에게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현관 앞은 고양이똥 냄새와 담배 찐 냄새가 팽팽한 신경전을 치루 듯이 교묘히 섞여가며 나뭇잎들이 뿜어대는 어린아이들의 숨소리처럼 달착지근한 공기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동안 엄마는 아침, 저녁으로 저것 좀 치우면 안 되냐고, 동네창피해서 못살겠다며 장소를 해댔다.

현관 앞은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지저분하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고양이똥 냄새를 어느새 담배꽁초가 잠식해가고 있는 변화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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