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과 고양이(8)

점령을 허락하지 않으리

by 푸른고래

지난번에 사무실에서 찾아보았던 고양이똥 퇴치법에 관한 검색을 꼼꼼하게 다시 찾아보았다. 식초는 보기 좋게 실패를 했고 다음엔 무슨 방법을 써볼까 하고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그래도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집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했다는 표현이 맞는다.

압정을 잔디 위에 뿌려놓는 방법이었다. 김 군은 책상서랍을 뒤져 압정 한통을 찾아 다시 현관으로 나갔다. 간밤에 고양이가 똥을 싸질러 놓았던 자리를 어림짐작으로 그 주변에 압정 한통을 다 뿌린 후 계단을 올라오다가 뒤를 한번 쓱 돌아보고는


“네놈들, 다 죽었어. 어디 한번 당해봐라”


하며 고양이가 압정에 찔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고소하다는 듯 씩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잠을 자기는 일찌감치 틀어졌고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베개를 가슴께까지 끌어다 놓고 리모컨을 쥐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텔레비전을 보다가 선잠이 들었던 김 군은 고양이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순간 후다닥 일어나 거실 베란다에서 마당을 내려다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근데 녀석은 아까 압정을 뿌려놓았던 그 자리를 보란 듯이 사뿐사뿐 잘도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장면을 본 김 군은 베란다 문을 열고


‘야! 이 개새끼야, 아니 고양이 새끼야 너 저리 안가 하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고양이가 베란다를 올려다보더니 피할 생각은 않고 아예 그 자리에 꼬리를 곧추 새우고 똑바로 K를 쏘아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자 더욱더 부아가 나자 급한 마음에 베란다에 있는 작은 화분을 집어 들어 고양이를 향해 확 던졌다.

순간 고양이가 몸을 피하는가 싶더니 퍽 하고 화분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날렵한 동작으로 대문 바깥쪽으로 튀었다가 다시 뒤돌아보며 야옹야옹 두어 번 소리를 내지르며 그를 쏘아보더니 꼬리를 살랑거리며 골목 저쪽으로 여유 있게 사라져 갔다.


결국 두 번째 방법도 고양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것이었다. 상대를 쏘아보며 약을 바짝바짝 올려놓고 사라진 고양이 때문에 K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괜스레 엄마가 애지중지 키우시는 화초만 죽여버린 꼴이 되었다. 김 군은 현관으로 나가 마당에 뿌려놓은 압정들을 하나씩 줍기 시작했다. 잔디사이사이에 놓인 압정을 수거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막상 뿌릴 때는 별 걱정이 없었는데 혹여 지나가다 엄마가 밟기라도 할까 봐 더욱더 신경을 써가며 하나하나 주워 담아야 했다.


"이놈의 새끼들 잡히기만 해 봐라 내가 어떻게 해서든 네놈들이 우리 집 마당을 똥으로 점령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김 군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압정을 차례대로 줍고 깨진 화분 조각들을 치우고 부러진 화초를 마당 한구석으로 던져버리고 나서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물었다.

거푸 두 대째 담배를 피우다 녀석이 사라진 골목 끝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러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웃집 담 너머로 나뭇잎이 다 떨어져 나간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대봉들이 자신을 향해 조롱하는 듯이 작은 바람에 흔들거리며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 서른일곱에 장가도 못 간 노총각신세로 고양이 똥이나 밟고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깟 고양이 놈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핏대를 올리고 있는 자신의 모양새가 너무도 꼴불견스럽게 다가왔다. 그래도 녀석들 때문에 부아가 치미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녀석들이 마당에 똥을 싸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는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작용을 해서 고양이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방지한다는 방법으로 쿠킹포일을 마당에 넓게 깔아놓았다. 그리고는 아예 베란다에 서서 녀석들이 나타나는 가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휴일이고 마땅히 가야 할 곳도 없고 오늘은 하루 종일 이 녀석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기자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북어 국 한 그릇만 마시고 텔레비전을 켜놓고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김 군은 우선 베란다에 식탁의자를 갖다 놓고 라면을 끓여 아까처럼 파 한 수저와 고춧가루 약간을 뿌린 후 냄비채로 들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라면 한 젓가락을 후루룩 넣고 마당 한번 쳐다보고 국물 한번 마시고 또 마당 한번 쳐다보고, 냄비가 거의 다 비어갈 무렵 고양이 한 마리가 살금살금 열린 나무 대문 사이로 걸어 들어오더니 쿠킹포일을 깔아놓은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까 그 고양이 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에게 고양이는 모두 다 처치해야 할 적인 것이다.


이번에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한참을 쿠킹포일 앞에 쪼그려 앉아 쏘아보다가 몇 번 발로 콕콕 건드려 보더니 바스락 소리가 나는 쿠킹포일 위를 아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힐끔거리듯 주위를 살폈다. 그러더니 똥을 싸려고 폼을 잡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김 군은 소리 나게 베란다 문을 열어 놈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자 녀석이 고개를 들어 경계태세를 하며 베란다를 한번 쏘아보더니 다시 똥 싸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두 눈 뜨고 녀석이 똥 싸는 것을 멀거니 쳐다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먹다 남은 라면국물을 고양이를 향해 끼얹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던져진 라면국물은 마당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속절없이 현관 앞 계단에 쏟아지고 말았다.


그 짧은 순간에 고양이는 미처 다 싸지 못하고 중간에 잘려나간 검지 손가락만 한 크기의 한 덩어리 똥을 싸질러 놓고 또다시 K의 시야로부터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결국 이번에도 고양이의 승리, 그나마 쿠킹포일 위에 싸질러 놓은 똥이라 치우기가 수월했다는 점이 있었지만 계단청소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주어졌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먹다 남은 라면찌꺼기들을 빗자루로 북북 신경질적으로 치우면서 또 다른 방법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날은 더 이상 마당에서 고양이를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녀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간헐적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양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나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과 함께 점점 더 김 군의 신경 줄을 자극하는 충분한 요소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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