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ㅡ 1
어쩌다 상견례
20살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났다.
친구 따라 나간 자리에서 우연히 남편을 만났고, 첫 만남에서 한 눈에 반했다.
가수 김민종처럼 우수에 찬 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나는 은근슬쩍 좋다는 티를 냈다.
그 우수에 찬 눈빛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인연이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나이에 나는 우수에 찬 눈빛을 보고 가슴이 뛰던 연애초보였다.
그 후로 여러 번 데이트를 했고, 어느 날 남편을 따라 부모님댁에 갔다. 아버님은 간암 말기 환자로 안방에 누워 계셨다. 미리 남편에게 얘기는 들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기까지는...
"안녕하세요."
안방 벽에 기대어 힘겹게 앉아 계신 아버님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 여자친구라고?"
아버님께서는 애써 미소를 지으시며 반겨주셨다.
그렇게 아버님과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어머님은 동네 작은 재래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신다고 했다. 거실 소파에 마른 빨래들이 놓여 있었고, 주방 개수대에는 설겆이가 쌓여 있었다. 하루종일 밖에서 장사를 하시는 바람에 집안일을 제때 하실 수가 없었을 것이다.
처음 방문한 낯선 집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빨래를 개키고, 설겆이를 했다.
그 후로 여러 차례 남편의 부모님댁에 드나들면서 집안일도 하고, 아버님의 말상대도 해드렸다.
시간이 흘러 결혼 얘기가 나왔다. 아직 친정에서는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일찍 결혼해도 후회하지 않겠니?"
엄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사실,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랬다.
며칠 뒤 아버님께서 조용히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나는 상견례에 참석하지 않는게 좋겠다. 네 부모님들이 보시면 마음이 좋지 않으실게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 상견례 잘하고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라."
아버님은 간암 말기 환자로 복수가 차오르고, 손발이 많이 부어있었다. 얼굴은 황달증세가 심해서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우리 친정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때 나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마주앉아 상견례를 하는 순간에도 안방 벽에 기대어 계실 아버님이 떠올랐다.
막내아들이지만, 처음으로 사돈을 맞게 되는 순간에 참석을 못하시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아버님이 떠나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리다.
안방 벽지 한 부분은 때가 탄 것처럼 늘 얼룩이 져 있었다. 아버님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벽지를 오랫동안 고수했다.
그 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으시던 그 모습이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