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ㅡ2
오늘도 참 다행이다.
요즘 들어 아버님의 말수가 적어지고, 기력이 쇄약해지셨다.
큰 병원마다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말로만 듣던 시한부의 삶이었다.
점점 깊숙한 곳까지 통증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아버님을 괴롭혔다. 어느 날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나를 인식한 아버님은 애써 통증을 삼키셨다.
개수대 위로 또르르 눈물이 떨어진다.
날이 갈수록 아버님은 야위어갔고, 음식을 통 드시질 못했다.
" 아가. 요 앞 과일가게에 가서 메론 하나 사올래?싱싱하고 좋은걸로다가."
아버님께서 만원 짜리 지폐를 쥐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는 아버님이 메론을 찾으셨기에 부리나케 달려가 싱싱한 메론을 사왔다.
"아버님, 메론좀 드셔보세요."
메론 한 조각을 포크에 찍어 드렸다.
"난 이거 하나만 먹을란다. 입맛도 없고. 지금이 딱 제철이라 너 먹으라고 심부름 시킨거란다."
아버님께서는 메론이 담긴 접시를 내 앞으로 바짝 밀으셨다.
"아가. 너 먹는거만 봐도 나는 참 좋다."
그 한 마디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방 안 가득 메론향이 가득한 어느 여름이었다.
"나 마지막으로 병원에 딱 한번만 가보고 싶어. 나 정말 살고 싶소. 간절하게 ... 아들 결혼식도 보고, 손주 낳는 것도 보고, 그때까지 더 살고 싶소..."
아버님께서 어머니께 말씀하셨다.
이미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어머니께서는 그 날 입원수속을 밟으셨다.
보험 하나 없는 상황인지라, 그 병원비는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이었다.
5층 복도 맨 끝에 위치한 병실.
4인실이었는데, 텅 비어 있는 쓸쓸한 곳이었다.
어머니와 내가 맞교대를 하며 아버님 병간호를 하기로 했다.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에 누워 계신 아버님.
눈을 감고 주무실 때는 한번씩 코 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본다.
아무 인사도 없이 조용히 떠나실까봐 덜컥 겁이 난다.
우리가 있는 병실은 주로 희망이 없는 시한부 환자들이 묵었다 가는 곳이라고 옆방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어두운 그림자가 이 병실을 삼켜버릴 것처럼 두려웠다.
한여름 밤, 창가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아버님의 시간을 붙들고 싶다. 하루가 한달처럼 뎌디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이 병실 안, 시계가 고장났으면 좋겠다.
주무시는 아버님의 손을 꼭 잡자, 체온이 느껴졌다.
휴~~~~~ 오늘도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