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담쟁이의 기적

by 청비

한 마을에 우주라는 소년이 살았어요.

우주는 공부와 운동을 잘해서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았지요.

우주는 초등학교 5학년 2반 반장이 되었어요.

우주는 자기가 반장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어. 난 뭐든지 잘하잖아?'

우주는 항상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당당하게 걸어 다녔어요.


저 멀리 반장 선거에서 떨어진 별이가 걸어와요.

"너도 알고 있었지? 어차피 내가 반장이 될 거라는 거......"

우주는 별이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어요. 사실, 별이를 놀려주고 싶었거든요.

"어?......"

별이는 우주의 말에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렸어요.

"야!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가 반장은 무슨......"

기죽은 별이를 보고 우주는 신이 났어요.


그 모습을 교장 선생님이 바라보고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은 올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요.

교장 선생님의 머리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것 같아요.

뚜벅뚜벅- 교장 선생님이 다가와요.

"애들아, 잠깐 나랑 어디 좀 가자."

교장 선생님이 우주와 별이를 데리고 학교 뒷동산으로 올라갔어요.

"너희는 이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있니?"

교장 선생님이 질문을 하셨어요.

"아니요."

"아니요."

우주는 교장 선생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대답했어요.

별이도 우주와 같은 대답을 했어요.


이 마을 끝에는 높은 벽이 있었어요. 그 벽을 넘어야 다른 마을로 갈 수 있거든요.

"저 벽 너머엔 다른 세상이 있단다. 아주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데, 그곳엔 매일매일 무지개가 피어오르지. "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동안 우주와 별이는 두 눈이 반짝거렸어요.

우주와 별이는 마음이 들떴어요. 상상만 해도 즐거웠거든요.

"하지만, 저흰 저 벽을 넘을 수가 없어요."

우주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어요.

키가 큰 어른들도 간신히 넘는 높은 벽이거든요.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지 않을래? 저 벽 너머에 있는 무지개 사진을 찍어오는 사람에겐 선물을 줄게"

교장 선생님은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셨어요.

우주는 선물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절대 별이에게 선물을 뺏길 수는 없었지요.

별이는 무지개가 피어나는 호수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어요. 별이는 그날 밤 무지개를 상상하며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꿈속에서 무지개를 보았어요.

푸른 호수에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반짝이고 있었지요. 별이는 무지개를 만지려고 손을 뻗다가 잠에서 깼어요.


다음 날 커다란 벽 앞에 우주와 별이가 서 있어요.

우주는 토끼 한 마리를 데려왔어요. 깡충깡충- 토끼를 타고 벽을 넘을 계획이에요.

별이의 손에는 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있어요.

"선물은 내 차지가 될 거야. 난 이 토끼를 타고 저 벽을 훌쩍 넘을 거거든. 하하하."

우주는 자신만만했어요.

그리고 토끼 등에 올라탔지요.

"토끼야, 어서 날 저 벽 너머로 데려다줘."

우주는 토끼의 두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어요.

그러자, 화가 난 토끼가 우주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렸어요.

"이 바보 같은 토끼 같으니라고!"

우주는 짜증이 나서 토끼에게 버럭 화를 냈어요.

토끼는 저 멀리 숲 속으로 달아났어요.


별이는 벽 아래에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작은 씨앗을 정성스레 심었지요.

그 모습을 본 우주가 낄낄거리며 웃었어요.

"야! 무슨 바보 같은 짓이야? 크크크......"

하지만, 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씨앗에 물을 주었어요. 날마다 날마다 물을 주고 정성껏 보살폈어요.


우주는 다시 말을 데리고 왔어요.

"넌 점프도 잘하니까, 저런 벽쯤은 문제없지?"

우주는 말의 엉덩이를 세게 치면서 말했어요. 깜짝 놀란 말이 순간 몸을 휘청거렸어요.

그리고 우주를 태운 채 이리저리 달렸어요.

"야!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 멍청이!"

우주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말이 답답해서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그러자, 화가 난 말이 뒷발로 우주를 밀치고 달아났어요. 우주는 속상해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어느새 별이가 심은 작은 씨앗이 싹을 틔웠어요. 별이는 날마다 말마다 기도했어요.

"날마다 천천히 잘 자라라.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포기하지 말아 줘."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새싹은 점점 자라서 넝쿨이 되었어요. 바로 담쟁이예요.

담쟁이는 날마다 조금씩 벽을 타고 올라갔어요.

별이는 그런 담쟁이를 보면서 너무 기뻤어요.


드디어 담쟁이가 벽을 넘어 다른 세상에 발을 디뎠어요.

별이는 말했어요.

"담쟁이야, 부탁해. 나를 저 벽 너머로 데려다줘."

그러자, 담쟁이는 줄기 하나를 내어주면서 말했어요.

"네가 나를 잘 보살펴 줬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난 이 세상에 없었을 텐데."

담쟁이는 빙그레 웃었어요.

별이는 담쟁이를 타고 벽을 넘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저 멀리 호수가 보여요. 아주아주 푸른 호수에요. 그 위로 무지개가 피어올라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색깔 무지개가 피어있어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요.

별이는 눈물이 났어요. 기쁨의 눈물이지요.


다음 날, 무지개 사진을 들고 온 별이에게 교장 선생님이 말했어요.

"별아, 넌 참 지혜로운 아이구나. 참 잘했다."

교장 선생님이 빨간 선물 상자를 주었어요.

별이는 그 선물상자를 얼른 풀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왜냐하면 우주가 풀이 죽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주야, 우리 담쟁이 타고 무지개 보러 갈래?"

별이가 말했어요.

"정말?"

우주가 환하게 웃었어요. 교장 선생님도 마음이 흐뭇했어요.

"너희들은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단다. 때로 그 힘은 기적을 만들기도 해."

교장 선생님이 우주와 별이를 안고 말했어요.

우주와 별이는 담쟁이처럼 오늘도 자라고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벽을 타고 오르고 있지요.

저 벽 너머에 있는 다른 세상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