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작가다. 이 삶이 소재라면.

평범한 듯 비켜선 지금, 조금은 삐딱한 책상 앞에서.

by Lumi 루미


나의 지난 날들, 그 모든 숫자들의 총합이 지금 이 모습일까? 만약 삶을 수식처럼 정리할 수 있다면, 지금은 ‘그래프의 꼭짓점’에 위치해야 하지 않을까? 성실히 살아온 자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보너스 구간처럼.


그런데... 지금 이 상태가 꼭 그런 결과는 아닌 것 같다.


결혼을 안 했다면? 일단 사회는 '노처녀'라고 부른다. 좀 고급지게 표현하면 ‘골드미스’. 물론 전문직에 생산적인 노동을 하고 있어야 골드미스고, 아니면 그냥... 미스다.


결혼을 했다면? 아이 엄마거나, 경력 단절자거나, 아니면 애도 키우고 일도 하겠다고 눈동자에 실핏줄 터진 채로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사람이겠지. 대충 2마리 토끼 중 최소한 한 마리는 놓친 채로.


그리고 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든 생각. "내가... 지금 이 짓은 왜 하고 있는 거지?"


분명 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평범하게 사는 것도 안 맞는다. 답답할 땐 친구에게 전화하거나, 쇼핑하거나, 먹거나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 (참고로 쇼핑할 돈도 없고, 술도 별로고, 먹는 건 이 나이에 위장이 싫어함.)


그래서 난 뭔가를 '해야만' 한다. 인스타에서 내 삶을 감각적으로 포장해 상품을 팔지도 못하고, 그 흔한 ‘소소한 부업’도 체질에 안 맞는다.


물론 16년차 대치동 영어 강사 경력도 있다. 정말 눈 감고도 가르칠 수 있다. 근데 학원 운영? 엄마들 비위 맞추기? 셈? 어림도 없다. 나는 숫자랑 싸운 적도 없다. 그냥 진다. 무조건.


그러다 영어를 좋아하고, 글을 좋아해서 미국 교과서 작가가 됐다. 그런데... 작가라더니, 진짜 가난하다.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절약한다.


문득 궁금하다. "그 사람 잘 살더라"라는 말, 그 기준은 대체 뭘까? 돈? 남편 직업? 자녀 학벌? 차? 주소지?

그 기준으로 보면, 나는 지금 무슨 등급쯤 되는 걸까? 그냥... 아무도 채점 안 해줬으면 좋겠다.


가끔은 아무나, 그냥 정체불명의 사람이라도 좋으니, 공감하고 싶다. 인스타 말고, 유튜브 말고, 글로. 조용히. 조근히. 진짜로.


그래서 시작한다. 이 곳 에서.

아주 나다운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