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하면 지난해가 유난히 짧았다고 탓할 수 있을까.
지난 7월의 서귀포를 떠올린다. 움직이는 족족, 한 걸음 숨을 쉴 때마다 땀이 흘렀다. 아마도 나는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처럼 흔적을 남겼고, 바람은 부스러기를 지웠다. 길을 잃은 나는 허울뿐인 표식을 남긴 일에 거울을 보며 사랑에 얼룩을 그렸겠지.
어떤 날은 나를 보호한다고 믿은 우산이 나를 젖게 만들었다. 걸을 때면 어린아이의 어떤 신발처럼 위치를 소리 냈다. 내 존재가 그에게 닿길 바란 게 이유였겠지.
그곳을 달리며 내가 아니길 바랐다. 70km의 속도, 그를 향한 감정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은 나를 멀어서 눈물을 흘렸던 걸까.
지난 8월의 제주시청을 떠올린다. 그땐 쨍한 날의 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땅으로부터 올라온 숱한 기억이 내 발목을 잡았다. 시원한 얼음이 다가왔고, 나는 또 하나의 커피를 마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메뉴판을 보다, 맨 위에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곤 미소를 지었다.
그곳의 오르막길을 걸을수록 축축해졌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를 바라보다, 컵 홀더가 느슨해지고 있단 걸 알아차렸다.
- “달이 예쁘네요.”
나는 달을 담기엔 부족한 사람이었나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하던 그를 녹지 않는 얼음과 같이 보았으니.
쨍한 날의 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모순.
지난 10월의 부평을 떠올린다. 새로운 공기를 마셨다. 이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나보다.
비워진 잔을 채우는 건 누구의 몫인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단 하나의 명령, 지워진 자리의 시린 마음을 채워달라는 농담.
나는 그것이 허울조차 없는 말이란 걸 알고 있었다. 나의 역할은 잠시 흔들리는 한 줌의 와인이 되는 것이었겠지.
너무 쉽게 꺼내버린 다음이란 연착은 이미 녹슬기 시작한 회로.
내가 이 도시를 좋아한다면, 쉽게 변하지 않는 하늘과 투명한 바람이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
확신 있는 말, 보이는 마음이 전부란 걸 알고 있을까.
2026년 1월 5일,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