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by 서하

인천에 머무는 시간의 종말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4일부터 시작된 대도시 체험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코리안 워킹홀리데이’라고 부른 이번 경험에서 나는 뭘 얻었고 잃었을까?




스무 살의 도전


이번 경험은 치기 어린 나의 스물이란 나이에 시작되었다. 만 19세라는 성인의 나이에 도달하면서, 드디어 하고 싶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과 긴장, 그리고 해방감이 몰려왔다.


나는 제주라는 이름의 조금 외로운 섬에서 자라며 수도권의 삶을 늘 동경해 왔다. 대도시의 인프라와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정글을 걷고 싶었다. 과거를 버려버린 채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생일이 되기 전인 지난 6월부터 인천에서의 삶을 계획했고, 당시 마음 같아선 생일이 되자마자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나의 삶을 관통한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인천은 뒷전이 돼버렸다.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감히 도전의 나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글과 다이어트, 사랑, 그리고 도시. 2025년은 무작정 부딪힌 것투성이다.




내가 얻은 것


이곳에 지내며 내가 얻게 된 가장 큰 가치는 ‘개방’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상상 외로 개방적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을 설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성적 욕구와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그들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절대다수에 비해 만남의 기회가 적은 그들과 나, 우리가 선택한 방식일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에서 나의 개인적인 부분을 꽤 숨겼던 사실과 비교한다면, 대도시는 역시 대도시다.


온기 옅은 눈빛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월세, 공과금, 생활비 등 현실에 부딪히게 되며 순진했던 나는 조금은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것을 마음이 건조해진 일이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현실을 살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현실을 사는 법을 이곳에서 배웠고, 여전히 내 안엔 따듯한 심장이 뛰고 있음이 느껴진다. 짧게 말하자면, 겉옷을 입은 나, 정도일 것 같다.




내가 잃은 것


모아둔 돈 없이 이곳에 온 걸 후회한다. 이곳에서의 삶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 준비 없이 온 내가 조금 미울 뿐. 덕분에 나는 홀로 살기 시작하며 일자리에 대해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이 깊어졌으며, 매일이 불안했다. 어찌 보면 힘들었던 시간과 현실을 보는 눈을 맞바꾼 것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로 돌아간 나를 상상해 본다


제주로 돌아간 나는 달라진 몸과 단단해진 마음으로 길을 거닐 것 같다. 제주에서 만날 새로운 사람들과 오랜 친구, 그리고 맑은 날의 커피는 내 인생의 전부처럼 상상된다.


상상만 해도 나른해지고 따듯한 감각이 느껴지는 경험이 있다. 그건 2025년 1월 30일, 서귀포 신시가지에서 홀로 커피와 함께 일광욕을 즐긴 일이다. 추운 날이 지속되다 한 번씩 따듯해지는 순간이 그곳엔 있다. 나의 마음마저 녹여버린 그날의 온도를 추억한다.


얼마 전, 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그간 내 미래를 고민하며 보냈던 어둔 시간이 무색하게, 꽤 가까이 있었다. 그것은 제주의 관광 산업과 적나라하게 맞닿아 있으며, 제주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내가 사랑한 모든 순간은 제주와 인천에 존재한다. 언젠가, 어쩌면 아주 가까운 날, 두 도시 사이에서 나는 뜨건 눈물을 흘리게 될 것 같다.



2026년 1월 13일,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