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성과 형평성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대우해야 할까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카톡 프로필에 "공평성"을 적어놓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이 다섯 명이 넘는데, 그중 어떤 사람들은 실수를 해도 감싸주고 싶고, 그중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도 못마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향된 시각을 가진 내가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카톡 프로필에 "공평성"이라는 단어라도 적어두면 카톡을 볼 때마다 조금은 공평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뭘 해도 괜찮아 보이는 사람과, 뭘 해도 별로인 사람 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바로 성실성이었다. 전자는 일단 지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지각을 해도 연례행사일 정도이다. 후자는 지각이 잦고 변명이 빈번하다. 예의 바르고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건 오히려 후자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나에게 개인적으로 친절함을 베풀거나 살갑게 대하는 사람을 조금은 경계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겠지만 뭔가 본인의 부족한 점을 벌충하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생겼기 때문이다.
팀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있으면 앞뒤 가리거나 어디까지가 내 업무고 어디까지가 네 업무인지 따지지 않고 나서서 일해주는 사람은 전자였고, 업무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무슨 업무든 본인의 퇴근시간까지만 일해주고 안녕을 고하는 사람은 후자였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살 부분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면, 나는 야근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웬만하면 야근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일요일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준비해야 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나와서 본인 업무처럼 나서서 일해준 사람과, 본인의 평일 업무시간의 일부만을 할애해서 업무의 극히 일부를 맡아준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공평성"이라는 카톡 프로필 문구를 지웠다. 그리고 내가 공평한 사람이 아니라는 죄책감도 함께 지워버리고자 이번에는 "형평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형평성은 사회적으로 동일한 경우에는 동일하게 취급하고, 서로 다른 경우에는 서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다. 형평성의 개념에서 볼 때, 열심히 일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더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른 대우를 해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회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과 회식을 할 때 가는 맛집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고생했으니 포상의 의미에서 가는 회식 식당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안심하라. 여기서 나오는 회식은 모두 '점심'회식이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웃긴 것은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 열심히 한 사람들과 간 회식 맛집은 어딘지 궁금해하면서 물어봤다는 점이다. 거기다 대고, "그분들은 더 고생했으니 더 특별한 맛집으로 모셨습니다."라고 말하여 그 사람에게 현실을 직면시키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으나 그랬다가는 일차원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람 '차별'한다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있어서 그저 성의 없는 답변으로 마무리 지었다. 솔직히 당신이 그게 왜 궁금한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