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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글 Oct 30. 2022

내 복수는 남이 해주지 않는다

내 손으로 처리할 수 있을 "때"를 기다려라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아라. 그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위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적이 있었다. 나도 6-7년 전에 사내에서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 말을 되뇌며 마음을 다스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하는 생각, 과연 저 말이 맞을까?


일단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해악을 끼칠 공산이 크다. 불성실해서 자기 일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은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아닐 때도 있다. 사람 봐가면서 해악을 끼치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나만 유독 만만하게 보고 윗사람 어려운 줄 모르고 까부는 부하직원이 있을 수도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 없이 예의 바르고 공손한데 나한테만 싸가지 없는 직원이 없다고 보장은 못 하겠다.


이런 경우에도 내 복수를 남이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내 복수는 내가 해야 된다. 단, 서두에 나온 말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다리라"는 것이다. 넋 놓고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물적 증거를 모으며 치밀하고 철저하게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지각이 문제인 직원이라면 지각이 얼마나 잦았는지 증거를 모아놓으라. 본인 업무를 소홀히 하곤 한다면 이메일이든 메신저 대화 기록이든 그 증거를 저장해 놓으라. 매일 조금씩 상대방을 침몰시킬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해서 남몰래 모아놓아라. 하다 보면 내가 가진 무기를 휘두르지 않고도 저절로 상대방이 해고되거나 퇴사하거나 전출되는 등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언젠가는 내가 수집한 정보를 활용할 날이 올 것이다. 그 "때"를 기다려라. 상급자가 그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물어봐온다든가 하는 때를 기다려서 물적 증빙 자료와 함께 당신의 견해를 조심스럽게 피력하라. 우리는 그때를 위해 마음속에 검을 품고 나에게 해악을 범하는 이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다.


역으로 보면, 이렇게 구밀복검하는 사람이 있는 직장생활 속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애초에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적으로 돌린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그에게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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