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향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바람의 결이 달라진다.
이 시간에 우리 집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라벤더 향이 코 끝을 스친다.
이상하게도 낮에는 코끝을 세워 향을 맡으려 해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없다. 그 향기는 늘 저녁 일곱 시 즈음, 바람에 실려 우리 집 앞에 도착한다.
언젠가 중학교 과학시간에 들었던 것 같다. 해가 지면 향 분자가 더 잘 퍼진다거나, 온도와 습도의 상관관계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그 설명을 굳이 듣고 싶진 않다. 대신 나는 그 시간이 오길 천천히 기다린다.
그리고 일곱 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행복해진다.
라벤더 향과 보잘것없는 테라스의 밤공기가 어우러지면, 이곳은 어느 근사한 정원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름답지 않은가.
근사한 식물이 없어도, 멋들어진 가구들도 없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그래서 나는 이 테라스가 좋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멋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이 아닌, 허름한 장소의 소박한 의자에서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다정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기에.
나는 이 시간, 이 공간에 앉아 잔잔한 라벤더 향과 다정한 이 밤을 매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