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기록

아직 떠나지 않았을 무렵 III

by 외국인 노동자

막상 떠나려고 하니, 조건들이 눈에 밟혔다.


이 정도의 금액은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데, 복지가 별로지 않은가?

머나먼 타지에서까지 힘들게 일을 해야 하나?


위와 같은 문제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처음 이 회사에 지원할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졌을까?

아니다, 처음 지원할 때 나와있던 채용 공고의 내용과 나중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갈 수 있나? 그럴 수 없다.

말 그대로 경험은 값지기 때문이다.


금액과 복지는 실망스럽지만, 견딜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그렇게 나는 2월 15일 출국일정이 잡혔고,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정도 남았을까.


친구들과 하나 둘 약속을 잡으며, 당분간 볼 수 없음에 아쉬워하며 잔을 기울였다.


오래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으로 꽤 멀어, 오래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들고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떤가,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즐기면 된다.

하나하나를 따져봐야 마음만 상한다. 그리고 따지는 것은 끝이 없다. 좋은 것만 선택할 것이기에..


그저 상황에 순응하고, 불만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된다.


실제로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여권을 발급하고, 국제면허를 발급하던 그 당시에 말이다.

"드디어 간다"라고 실감이 났지 않은가?


헝가리의 삶은 기대가 된다.

기대가 되는 만큼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도시, 그리고 새로운 무대에서 내 시간을 쏟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멋지지 않은가?


대한민국에 살았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커튼콜.


막이 내리고 무대가 변한다.


찬란했던 무대에 박수를 보내며 한국에서의 나를 연기했던 내가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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