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년생을 위한 직장적응과 성장의 기술 - 다섯 번째 장
“성장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선택이며, 반복이며,
의식적인 노력이 쌓인 결과다.”
- 존 맥스웰 (John C. Maxwell)
직장에 들어오면, 모든 성장이 회사 안에서 이뤄질 거라 기대한다. 실무를 배우고, 성과를 내고, 평가를 잘 받으면 자연스럽게 커리어가 쌓일 거라 믿는다. 그래서 많은 초년생이 하루 대부분의 에너지를 ‘일’에 쏟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질문이 스멀스멀 마음속에 떠오른다.
‘이 일을 오래 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이 일을 정말 오래 할 수 있을까?’
'이게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일까?'
누구도 처음 초년생 때 했던 일을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 1년 후, 3년 후 나는 지금의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어떤 분야에서 우물을 더 깊이 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럭셔리 브랜드 신입 판매 직원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셀링 교육을 진행하며, 나는 이런 고민을 가진 이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부터 이 일을 꿈꾸며 들어온 이도 있었지만, 생계나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한 이도 있었다. 그래서 교육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러분 중에는 이 일을 계속해서 스토어 매니저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언젠가는 자기 브랜드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어떤 길을 가든, 오늘 배우는 세일즈 스킬이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경험은 모두 여러분의 큰 자산이 될 겁니다. 혹시라도 개인사업을 하더라도 성공은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 기대를 뛰어넘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회사는 직무 능력은 길러줄 수 있지만, 생각하는 힘이나 자기만의 관점, 나다운 커리어 방향은 스스로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성장은 대부분 회사 밖과 내면, 두 방향에서 일어난다. ‘외부 성장엔진(배우고 연결하는 힘)’과 ‘내면 성장엔진(성찰과 루틴의 힘)’,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돌릴 수 있어야 커리어는 비로소 단단해진다.
회사 안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누군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일이다. 기획서 작성, 회의 보고, 고객 응대처럼 일정한 형식과 흐름이 있는 과제들이다. 이런 일에 익숙해질수록 나의 사고방식도 그 틀에 갇히기 쉬워진다. 반면, 회사 밖에서의 활동은 훨씬 더 자유롭고 자발적이다. 관심 있는 주제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며 받는 자극은 단순한 업무 성과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성장을 만들어 준다. 실제로 ‘회사 밖에서 얼마나 성장했는가’가 이직, 협업, 리더십 등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영향을 준다.
독서: 관점을 넓히는 조용한 도전
책은 누군가의 경험, 사고방식, 실패와 통찰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다.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내가 미처 닿지 못했던 생각의 깊이에 이르도록 이끌어주는 지적 자극이다.
특히 초년생일수록 회사 안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실무 기술보다는 정서적인 어려움이나 관계의 긴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책은 문제의 본질과 마주할 용기를 주고, 때로는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며 사고의 폭을 넓혀 준다. 책을 읽는 시간은 타인의 언어를 빌려 내 감정을 해석하고 이해해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이 깨달음은 때로 어떤 조언보다 더 살아있는 위로가 된다.
책이 던진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남의 말이 아닌 내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게 된다. 그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나만의 깊이 있는 사고의 힘이 길러지는 것이다.
연결: 배움을 여는 관계의 힘
회사 안에서 멘토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진심 어린 배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요즘은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전문가나 각 분야의 경험자들과 연결되는 일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의 글을 꾸준히 읽고 반응하기
공감 가는 내용에 짧은 댓글 남기기
“짧게 커피챗을 요청드려도 될까요?” 같은 정중한 메시지 보내기
이런 작지만 용기 있는 시도들이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배움의 문을 연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하는 태도다. “제가 이런 상황인데, 어떤 선택이 더 나을까요?” 같은 진심 어린 질문은 선의의 도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스터디나 소모임을 만들어 직접 리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로는 그런 자리에서 더 깊이 있는 교류가 생기고, 예상치 못한 멘토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인사 업무를 하면서 동종업계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새로운 트렌드나 정보를 교류해 왔다. 이러한 인맥은 일 하는 데 큰 자산이 되었고,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할 때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실제 업무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필자는 40세 이후 세 번의 이직을 경험했는데, 그중 두 번은 일하며 쌓은 관계를 통해 이직했고, 단 한 번만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이직했다. 그만큼 ‘사람’과의 연결은 커리어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힘이 되기도 한다.
혹시 시간이 허락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글과 태도만으로도 멘토링은 이미 시작될 수 있다. 작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고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두고두고 나에게 자산이 될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성장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피드백은 끊이지 않고, 작은 실수도 금세 드러난다. 그런 순간일수록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외부의 평가에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 안의 기준으로 나의 성장을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성장의 속도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피드백: 불편함을 성찰로 바꾸는 힘
우리는 피드백을 받고도 종종 한 가지를 놓친다. 바로, 그 피드백을 깊이 되새기고 내면화하는 일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기분 좋게 수용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마음부터 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잠시 감정을 거두고 핵심에 주목해야 한다. 그 안에 '성장의 씨앗'이 숨어 있다.
사실 피드백은 주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솔직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서는 용기와 신중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오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받는 사람은 불편하고, 주는 사람은 조심스럽다. 그래서 피드백은 언제나 양쪽 모두에게 ‘노력’이다.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지는 순전히 나의 몫이다. 혹시 피드백을 준 사람이 성숙하지 못해 감정적으로 말했다 하더라도, 그건 그의 몫이다. 나는 그 에너지를 나를 위한 방향으로 바꾸어 쓸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을까?”
“전체 흐름이 조금 어색한 것 같아. 조금 더 구성을 바꿔 보면 어떨까?”
이런 말은 처음에는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피드백은 기대의 또 다른 표현이다. 무관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피드백은 방향을 바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다음엔 무엇을 바꿔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할 수 있다면, 피드백은 나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나를 밀어주는 바람이 된다.
기록: 나를 키우는 일상의 흔적
사소한 기록이 성장의 토대가 된다. 오늘 어떤 실수를 했는지,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하루 끝에 짧게라도 적어 보자. 기록은 단순히 기억을 남기는 수단이 아니다. 흐릿했던 경험을 구체적인 인사이트로 바꾸는 도구다. 반복된 기록은 곧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되고, 쌓인 흔적은 새로운 기획과 창작의 뿌리가 된다. 다음과 같은 주제들은 좋은 기록 습관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오늘 놓쳤던 점과 배운 점
기억에 남는 피드백과 시도한 변화
작지만 의미 있었던 성취
오늘의 감정과 에너지를 올리거나 떨어뜨린 요인
일상 속에서 스친 깨달음이나 아이디어
스스를 칭찬할 점
책을 읽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어 두는 것도 좋은 기록이 된다. 독서는 외부의 지혜와 내 안의 생각이 만나는 통로이고, 그 만남을 기록할 때 단순한 읽기가 진짜 배움으로 이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것의 합이다.” 기록은 그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다. 꾸준한 기록은 나라는 사람의 깊이를 더해 주고, 언젠가 후배에게 들려줄 나만의 성장 스토리가 된다.
진짜 나다운 일은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발견하고, 질문하고, 조금씩 수정해 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개의 성장 엔진을 어떻게 돌리고 있는지, 나다운 길을 향해 가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검을 도와줄 작은 질문들이 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두 개의 성장 엔진을 균형 있게 돌리고 있는가?
나는 요즘 무엇을 읽고, 어떤 생각을 남기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의 질문에 내 언어로 답할 수 있는가?
최근 받은 피드백 중, 나를 성장시킨 건 무엇이었나?
오늘 남긴 기록 중, 내일도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순간에 ‘이 일이 나와 맞는다’고 느끼는가?
성장은 특별한 계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읽고, 연결하고, 성찰하고, 기록하는 이 일상의 루틴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