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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치미 Nov 22. 2022

주말부부와 우울증

숨을 쉬기 어려운 요즘



우울증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이렇게 초단위로 바삐 살고, 책임져야할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숨쉴틈 없이 바쁜 나를 파고든 것이 우울증이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다.


처음엔 자꾸 급체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의 먹지 않아도 체를 해서 배가 딱딱해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체한 게 먼저가 아니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퇴근을 하고 와 다급하게 아이들의 밥을 차려주고 앞에 같이 앉는 순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한 술 뜨면 꼭 체를 했다. 그 순간엔 맛있다고 먹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재잘대는 목소리를 듣는 것도 힘들었다.



요즘 크게 심호흡을 해야만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는 순간이 많았고, 잠을 쉽게 자지 못하고 새벽에 깨기라도 하면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다 눈물 속에 잠든 적도 있었다.


주말부부로 워킹맘으로 살아간 지 6개월

나름 회사에서 육아기 단축근무도 해서 버틸만하다고 생각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런데 2시간 단축한 만큼 회사에서도, 퇴근을 해서도 동동거리며 모든 일을 다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른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2시간 일찍 퇴근하려면 쓸데없는 시간을 써서는 안 된다. 너무나 기한이 임박한 일이 많으면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기도 하고, 화장실도 참는다. 그러면서도 늘 4시에 퇴근하는 마음이 미안했다.

어떤 날은 화장실을 패스하고 퇴근길에 어린이집으로 향하다 이러다간 싸겠다 싶어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이미 속옷이 젖은 날이 있었다. 그 순간을 한숨 쉬고 넘겼는데 내게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지? “


주말부부로 떨어져 있는 남편에게 화도 나지 않았다. 지방으로 가는 남편은 지방발령을 새로 받겠다는 나를 서울에 두고 좀만 버티자고 했다. 서울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생활터전을 다지자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싸우다간 가정이 파탄 나겠다 싶어 버티기로 했다.


힘든 주중의 사건들이 다 지나가고 평온한 주말에 오는 남편에겐 그간 힘들었던 일들을 다시 꺼내어 내 맘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말해 뭐할까, 우린 이런 선택을 했는걸.


이런 마음을 우울증으로 자각하고 치료받기로 결심한 것은 아이들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나는 이어폰을 끼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말하고, 또 돌아선다.

그러다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또 괴롭다.

그 순간만 모면해보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

이기적으로 느껴지고 나 자신에 대한 경멸감도 올라왔다.



오늘 나는 병원에 갈 것이다.

감기를 치료하듯 내 마음을 치료하고 약을 먹고, 그리고 다시 힘을 내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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