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cuum Flask에서 발견한 철학
얼마 전 좋은 기회로 학교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Ice Core Lab이라고, 지면에서부터 수 마일을 파고 내려가서 깊은 곳에 있는 얼음 핵에서 지구의 과거 상태를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추정한다.
어쩌면 굉장히 마이너한 분야.
위 사진에 나와 있는 것은 Flask로, 저거 하나에 100만원 돈 한다고 그랬다. 1000$이니까, 환율 생각하면 140만원이다. 개당 노트북 하나 값이다.
저게 저렇게 비싼 이유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추정되는 금속과, 유리.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매끈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 용기는 섭씨 -25도에서부터 60도까지, 그리고 상압과 거의 진공에 가까운 압력, 두 가지의 상태 변화에 있어서도 형태를 잘 유지해야만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플라스크를 만드는 것이 저 컵만한 용기 하나가 그렇게 비싼 이유라고 한다.
대개 재료가 다르면 열을 가해주는 정도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하는 정도가 다르다. 열이 아닌 압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 다른 재료 두 가지의 이 조건을 맞추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떤 사람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태어나고, 또 어떤 이는 특수 유리로 태어난다. 스틸에도 종류가 정말 많은데, 비슷해 보이는 메탈 종류지만, 열을 가해주었을 때 생기는 변화는 그 금속의 성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이것은 개개인의 차이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이지만 동일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전혀 다르고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던 하나의 유리에게서 동일한 팽창률과 동일한 열과 압력이라는 독립 변수에 동일한 값을 가져오는 종속 변수를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만남이, 우리가 그토록 바라 마지 않는 배우자, 혹은 둘도 없는 지음(知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