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조언
교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여러 선배들이 내게 했던 인생 조언 중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멋모르다가 깨달음이 문득 한꺼번에 다가오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5년 전쯤 나와 나이차이가 많지 않던 친구 같은 선배가 내게 말했었다.
“여러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느낀 점이 있어요. 그래서 내 아이를 기를 때는 온전히 엄마 역할만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아이에게 교사역할은 안 할 거예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선배는 그 어떤 것이라도 학습에 관한 지도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사교육에 모두 맡기지 않는 한 집에서 학습을 도와야 할 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교육에 맡겨도 숙제를 봐주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줘야 될 때가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 조언은 내게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 채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로 묻혀버렸었다. 그 후 나의 육아는 엄마표로 아니 부모표로 교육하는 엄마 선생님의 역할을 자처하며 아이의 초1을 맞이했다. 한글은 ‘기적의
한글학습‘ 5권 세트로 마쳤고, 지금은 신문기사를
읽어주고 생각 나누기를 하고 있다. 영어는 영어 만화 시청으로 시작해, 지금은 리더스북을 읽는다. 수학은 복습 위주로 단원이 끝나고 해당 단원 경시대회 문제를 한 문제씩 풀어보고 있다.
선배가 나의 육아를 보면 혀를 끌끌 찼을까?
아니다. 선배는 부모표 학습을 지양했던 것이 아니었다.
한글을 가르칠 때 틀린 부분을 이야기해 주니 아이는 내 눈치를 보며 질문에 대답했다. 모든 아이는 부모에게 무한한 사랑을 원하고 가장 상징적인 사랑 표현이 ‘칭찬’이니 아이는 칭찬받기 위해 제대로 학습하기보다 틀리지 않는 것에 열중했다. 그러니 아이의 대답은 내 표정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아이의 그런 태도에 화가 났지만 틀린 부분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줄이고 본인이 스스로 찾도록 기다리니 당당하게 틀리거나 맞게 되었고, 질문하고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부모는 교사처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내 아이의 속도에 맞게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이 선배의 조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를 싫어할 수는 없으니 사랑하는 부모와의 사이를 방해하는 공부를 싫어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그 골이 깊어지면 부모자녀와의 관계도 결국 벌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학령기 아이와 함께 지내며 부모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어떤 과제 앞에서도 사랑으로 맺어진 우리 아이와의 관계를 흩트리지 않겠다는 사명과 다짐이었다.
수감각이 느리더라도
매일 하는 루틴이 조금 흐트러지더라도
한글 읽기가 더디더라도
아이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맺어진,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이 관계를 유지해 우리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