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TV와 유튜브 등 영상매체를 두루 허용해 준 과정에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그중 핵심은 영상 매체라고 해서 다 같은 영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겉으론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람에게 주는 만족감이 하늘과 땅 차이다.
하다못해 어른들도 직업 선택뿐만 아니라 점심 메뉴 하나 고르는 과정에서도 자율성을 주느냐 안 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선택의 결과가 더 좋고 나쁘냐를 떠나서 일단 본인에게 선택의 자율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튜브는 TV나 비디오 등 다른 영상 매체에 비해 그 중독성이 매우 강력했다. 아이들도 유튜브를 고를 때 몇 개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것을 반복하면 금방 배우게 된다. 유튜브 영상은 다른 매체와 달리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다. 문제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특정 영상을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바로 다른 걸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시시각각 뭔가를 고르고 또 버리고 하는 행위를 수십, 수백 차례 반복할 수 있고 그 선택지 또한 거의 무한대이기 때문에 끝이 없는 셈이다. 유튜브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나는 이런 패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영화 줄거리를 축약한 영상이나 게임 방송, 쇼츠 등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게 바로 유튜브의 치명적인 부분이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집필한 ‘공부하는 뇌, 성장하는 마음’에 따르면 읽기 능력이 완전하게 개발하지 못한 아이들은 뇌의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상을 접하게 된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유튜브 같은 중독성이 강한 영상의 자극을 받게 되면 주의력이 분산된다. 나아가 더 재미있고, 더 강렬한 영상을 찾게 되면서 중독의 수위가 높아지는 구조다. 여러 뇌 과학자들이 언급했듯이 우리 뇌는 단순한 풍경을 볼 때와 의미를 담고 있는 글자를 볼 때 뇌의 반응 영역이 다르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뇌의 시각피질만 자극을 받게 되면 상대적으로 사람 사이의 대화나 글은 지루하게 느껴지게 된다. 지루한 요소들은 회피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방치하다 보면 결국 지루하지만 의미를 담고 있는 대화나 글자에 대한 집중력은 현저히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튜브에는 쓸모없는 지식만 있다는 게 아니다. 때론 가치 있는 지식들을 담고 있는 영상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활용을 경계하는 것은 굳이 손익을 따져봤을 때 유튜브를 통해 얻는 몇몇 지식들보다 뇌의 자극 영역의 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손해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