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즈음에 편 -
내 나이 서른아홉.
아이 셋.
4년차 전업주부.
취미로 일주일에 한 두번 달리기.
매일밤 맥주 마시기.
그리고....
나는 뭐지???
하는 순간이 도래하고 말았다.
누구든지, 아이를 키우며 살다 보면 겪는 그 순간들.
나의 다음은 도피인가 도전인가?
말짱 도루묵인가 다음 베이스로 도루인가!
도돌이표인가 도약인가?
인생이 내게 던지는 이런 도발에 나는 도리없이 휘둘릴 뿐인가.
도도도도도도...
나는 왜이럴까
요즘은 부쩍 밤을 붙잡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잠들기 싫은 나날들.
내 하루가 이렇게 끝나기엔 너무 아쉽다.
잠들어버리면 또 아침밥 차리고
학교, 유치원 보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멍하니 있다가
저녁하고, 씻고 재운다.
하루가 다섯줄만에 끝났다.
내 하루가 이래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내 하루는 어때야 하는거지?
딱히 그런 생각도 들지는 않는다. 다만 그냥 내 본능이 따르는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느낌뿐.
적어도 그정도는 해야지 '내' 하루가 조금이라도 되지 않겠냐는 느낌뿐.
그렇게 맥주를 따서 옆에 놓고는
일기를 쓰고, 브런치는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고.
이런저런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안 하고 늦은 시간에 잔다.
아침엔 당연히 피곤.
일어나서는 '오늘은 일찍 자야지' 했다가도 다시 밤만 되면 끈질기게 늘어진다.
밤을 이대로 보낼 수 없어.
Déjà Vu?
그렇게 마흔이 되어버렸네.
마흔이라고 해봤자 뭐가 갑자기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제 젊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늙지도 않았으니까 괜찮은가...
그래도 뭔가 쓸쓸하네.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구만.
도도도도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