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갑자기 똥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5일째 변을 못 보고 있다. 그동안 살면서 변비를 겪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많이 답답하면서 조금 신기한 마음도 있다.
'변비라는 게 이런 거구나. 이래서 변비약을 먹고, 변비약 광고를 그렇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상 먹고 소화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키가 184cm에 몸무게는 104kg,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장해 보이는 체격에 몸이 크고 살이 찐 편이다. 술도 좋아하는 편이고 음식 먹는 양도 꽤 되는데, 음식이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지만 않는다. 좀 더 정확히 증상을 말하자면, 변의를 느끼고 화장실은 하루에 5번 이상 가지만 실제 변은 나오지 않고 점액질 형태의 변만 나온다. 좀 큰 개구리 알처럼 생긴 것들만 항문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겪어 본 적 없는 증상에 검색을 해본다. 정확히 일치하는 증상은 없는 것 같지만 대장 관련 한 염증성 장질환, 크론변, 퀘양성 대장염. 이런저런 병들이 검색되어 나온다. 걱정은 좀 되지만 치료하면 괜찮겠지. 고혈압과 약한 당뇨 증상으로 약을 계속 먹기는 하지만 평소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체질로 따로 아파서 병원을 가는 일은 흔치 않았었는데 지금은 점점 배도 더 아파지고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
"참 나. 똥 못 싸서 병원을 다 가보네."
7월 16일 수요일. 회사 근처 내과를 찾아 퇴근하며 들렀다. 증상을 말하고 촉진을 하고 초음파를 찍었다.
"점액질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대장에 염증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또 장 주변으로 염증이 넓게 퍼져있어요. 보통 염증이 이런 식으로 퍼져서 나오지는 않거든요. 이게 일반적인 장염 모양은 아닌 것 같고, 게실염이나 어쩌면 충수염 같은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이라도 바로 응급실을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진료가 처음 병의 시작이었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벌써 5일이나 배가 아팠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오늘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응급실 대기도 엄청 길거고 비용도 비싼데 괜히 돈만 더 많이 낼 거고... 내일 낮에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휴~ 그래도 혹시 큰일 날 수도 있다는데 그냥 오늘 빨리 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
평소 내 건강에는 무심했던 탓에 굳이 오늘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평소에도 워낙 걱정이 많은 아내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나 보다.
어차피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망설이다가 밤 10시쯤 집 근처 2차 병원 응급실에 갔다. 예상대로 대기가 꽤 길어서 2시간 정도 대기를 한 다음 피검사와 CT 촬영을 했다.
"혹시 화장실은 자주 가세요?"
"하루에 5번 이상은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변은 안 나오고 점액질만 나와요."
"네. 장염 증상이네요. 염증 수치가 좀 높게 나오시고요. 약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장염은 예전에도 겪어본 적이 있었지만 장염이라고 똥을 못 싼 적은 없었다. 증상에 대한 진료 결과가 미덥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염증만 나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 수밖에...
약을 먹은 지 삼일이 지났다. 병원을 다녀온 후 한번 변을 보기는 했는데 그동안 먹었던 양에 비해, 싸지 못했던 것에 비해 변의 양이 너무 적다. 응급실을 통해지어 온 약은 다 먹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배는 아프고 또 계속 변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에 응급실 진료는 뭔가 잘 못 된 것 같았다. 처음 진료를 볼 때는 병원 가면 금방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떤 병인지도 알아보고 진료도 봐야 할 것 같아 응급실을 갔던 병원에 다시 방문했다. 이곳에서 CT를 찍었기 때문에 다시 검사를 하지 않으려면 같은 병원에 오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병원은 토요일인데도 오전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고 의사는 역시 장염으로 보이며 추가로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추가 약 5일 치.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계속 똥을 싸지 못하니 배만 계속 아프다. 변으로는 역시 계속 점액질만 나오고 실제 똥은 5일에 한 번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이쯤 되니 의사와 약이 다 의심이 된다. 약이 어떤 약인지 확인해 보니 설사할 때 먹는 약이다.
염증이 있는지는 내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고 개인적인 가장 문제는 똥을 싸지 못하는 것이었고 진료를 볼 때마다 분명히 변을 못 봐서 병원에 왔다고 얘기했었는데, 의사들은 화장실 자주 간다는 말과 염증 증상만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 일반적인 장염은 설사를 동반하니 아무 생각 없이 약 처방을 해 줬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원에 방문하기로 했다.
7월 25일 금요일. 이번에는 다른 의사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아이고, 누가 약을 이렇게 줬데. 응급실은 바빠서 좀 신경 못 쓸 수도 있어요. 약이 좀 잘 못된 것 같네요."
"따로 진료 봤던 다른 의사분도 변비약을 주셨던데요."
"그 사람은 실력에 문제가 좀 있어요. 큰 병만 좀 잘 보고 작은 병이라고 생각되면 좀 대충 하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사람 참 그러면 안 되는데..."
이 병원... 믿을 수 있는 건가.
"일단 내일 대장내시경을 한번 해 봅시다. 원래 이렇게 급하게는 안 되는 데 특별히 이번에는 내일 바로 내시경 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다음날은 토요일인데 다행히 급하게 오전에 내시경 예약을 해 줬다.
"대장내시경이라... 그 찝찔한 맛 나는 약하고 물만 또 밤새 먹어야 하는구먼."
하지만 내심 오히려 내시경 약이 반갑다. 이걸 먹으면 여태 싸지 못했던 변을 다 내보낼 수 있을 테니까.
응급실 비용이 실비 보험으로 처리가 되려면 응급환자로 구분이 되어야 한다.
위 내용은 복잡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하면 응급으로 구분되고, 복통이 심하거나 해도 당장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기다릴 수 있는 상태이다"하면 비응급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비응급이면 응급실 비용의 90%를 자비로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