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토요일. 대장내시경을 하는 날이다.
전날 자기 전에 대장내시경을 위한 물에 타 먹는 관장약을 먹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이 약을 싫어한다. 뭔가 찝찔한 맛도 그렇고 엄청난 물을 한 번에 먹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 약을 먹으면 분명히 북은 변들이 다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을 먹고 평소보다는 분명히 오래 기다린 후에, 먹은 물과 함께 변이 나왔다. 시원하긴 한데 아무래도 현재 변을 못 보는 내 상태가 이 설사가 나오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냥 심한 변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아무튼 새벽에 한번 더 약을 먹고 장 비우기는 완료. 오랜만에 장이 깨끗해진 기분에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은 편하다.
대장내시경을 하고 조금 기다린 다음 바로 진료를 보게 됐다.
"대장은 오른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이어지는 상행결장, 오른쪽 위에서 왼쪽 위로 이어지는 횡행결장, 왼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이어지는 하행결장, 왼쪽 아래에서 아래 중앙으로 이어지는 구불결장(장 모양이 S자 형태로 구불구불함. S결장이라고도 부름), 아래 중앙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직장이 있어요. 그중에서 구불결장이 많이 부으셨네요. 증상은 만성대장염처엄 보입니다."
"만성이요? 저는 원래 변비 같은 것도 없었고, 문제가 생긴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요?"
"증상만으로는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확실하게 만성대장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염증 때문에 대장이 부은 건지, 대장이 부으면서 염증이 심해진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빠르게 염증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입원해서 치료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늘 바로요? 주말만 보내고 월요일에 입원해도 괜찮을까요?"
"네. 그러시죠"
대체 만성대장염은 또 어떻게 튀어나온 증상인지 모르겠다. 증상으로 검색해 보니 염증성 장질환이라는 병이 검색되고 이걸로 나오는 증상으로 퀘양성 대장염, 크론병 같은 이름이 나온다. 뭐 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
입원을 미룬 이유는 회사에 얘기하고 휴가를 쓸 날짜를 맞추기 위한 것도 있지만 마침 오늘은 또 마침 작은 딸 생일이라서 입원 전에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밥이라도 맛있는 걸 먹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나마 먹고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7월 28일 월요일이 되었고 입원을 하였다. 살면서 적어도 아직은 입원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는데 좀 기분이 그렇다. 4일 입원을 하기로 예정이 되었고 회사에 휴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었다. 요즘 내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회사 사람들도 알고 있어서 휴가를 쓰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다음 주면 멀쩡하게 회사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입원을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겠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입원이라는 걸 처음 하며 지루할 걸 대비해 이것저것 준비해 갔다. 기본 생활용품, 읽을거리, 닌텐도 게임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준비들.
"잠깐 휴식한다 생각하지 뭐."
입원생활은 휴식은 아닌 것 같다. 계속 링거를 꽂고 항생제를 맞으며 밥은 금식이다. 배는 계속 아프고 화장실은 계속 가며 변은 점액질 변만 나온다. 병원 입원할 때 대변 검사가 계획되어 있다고 채변을 해야 한다는데 점액질 말고는 나오는 게 없다. 그런데 화장실 갈 때마다 비닐에 점액질을 싸고 간호사는 채변을 했는지 계속 물어본다.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똥 못싸는 병에 걸린 거라고요!
주말에 먹은 것 말고는 먹은 것도 없는데 장에 뭔가가 계속 쌓이는 느낌이다. 하루 종일 배가 계속 아프니 요즘에 깨어 있을 때는 온통 화장실 생각밖에 하질 않는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니 그냥 멍하니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가져온 게임기나 책은 손도 대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께 말을 하니 변비에 쓰는 약을 점점 세지고 많아진다.
입원 3일째. 멀건 미음과 간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어도 점액질 변 말고는 나오는 것이 없고 계속 배는 더 아파진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내시경 할 때 먹는 약이라도 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사정해 본다.
"정 그러시면 약 드릴게요. 대신에 두 번 먹는 거에서 한 번만 드세요."
내시경 할 때 먹는 관장약이 맛있고 맛없고는 더 이상 전혀 중요하지 않아 졌다. 싫어하는 약이라도 지금은 오직 똥을 싸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 배속이 편해질 수만 있다면...
관장약을 먹으니 드디어 묵혀있던 변들이 배출되었다. 오, 배 통증이 사라지고 하루 종일 기분 나쁜 똥 마려운 상태가 없어졌다. 이틀 금식하고 이틀은 미음만 조금 먹었으니 지금은 장에도 더 이상 쌓인 것이 별로 없는 느낌이다.
이렇게 4일 입원을 하고 7월 31일 토요일 퇴원을 했다. 퇴원할 때까지 결국 채변은 하지 못했다. 마지막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는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대장은 부어있는 상태일 것이고 그건 그렇게 금방 가라앉지 않았을 거라 한다. 천천히라도 가라앉을 거라 믿는다. 상당히 센 변비약을 잔뜩 처방받았고 배도 아직 아프고 점액질 변은 계속 나오지만 그래도 이제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며 집으로 갔다. 다음 주 수요일에 결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한 추가 진료를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