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수요일. 입원 치료 후 일주일이 지나고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를 보러 다시 병원에 갔다. 정말로 이제부터는 점점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들을 걸로 생각했었다.
"염증 수치는 낮아졌는데 대장 상태는 더 안 좋아졌네요. 그전보다 더 많이 부었어요. 저도 이런 건 처음 보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음... 어떤 병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모르겠다니... 병원을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의사한테는 처음 듣는 말이다. 의학 드라마 같은 곳에서도 저런 말을 하는 건 보지 못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뭐 그럴 수 있죠"하고 넘겼지만 당황스럽다. 의심 가는 증상이 없다고 3차 병원 진료를 권한다.
"병이 어떤 건지 알게 되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하하"
"네. 하하"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의사에게 화가 조금 나지만 그냥 웃어넘긴다. '그래, 당신도 궁금하겠지. 모르는 걸 어쩌겠나. 어떤 병인지 알면 나중에 의사 경험에도 도움이 될 테고... 다음에 어떤 병인지 알려주려면 진료 예약을 다시 해야 하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진료협력센터로 갔다.
병원을 잘 가지 않아 몰랐는데 요즘에 진료협력센터라는 것이 다들 있나 보다. 거기에서 지금 내 병이 어떤 병인지, 어떤 병원을 예약했으면 좋겠는지, 원하는 날짜 등을 말하면 환자 대신 각 병원에 연락을 해서 예약을 잡아주는 시스템이었다. 예약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데 고마운 일이다.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몇 개의 병원 이름이 나왔다. 다 이름은 들어본 병원이지만 어디가 잘하는 병원인지 관심도 없었고 알 방법이 없다. 집이 용인이고 회사는 판교라서 거리를 고려해서 예약하고 싶은 병원을 정했다.
예약 확인 연락은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다음날 문자로 왔다. 8월 14일 B병원, 8월 18일 Y병원.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큰 병원 예약은 늘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 똥을 싸지 못한다. 병원에서 받아온 변비약을 계속 먹고 있지만 배만 계속 아프다. 하루에 화장실 10번 정도를 가고 계속해서 점액질 변이 나온다. 실제 똥은 4~5일에 한번 정도 나온다.
회사 생활이 점점 힘들어진다. 파트장과 동료들이 많이 배려해 주고 있지만 하루에 많은 시간을 화장실 가는 것에 써야 한다. 실제 화장실 가지 않는 시간에도 배가 아파서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배가 심하게 아프고 아직 화장실 갈 정도가 아닐 때는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고, 그냥 걸어 다니면 조금 나아진다. 회사 복도를 왔다 갔다 돌아다니다 결국 다시 화장실을 간다. 이 상황이 정말 답답하지만 해결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8월 14일 목요일. B병원 예약일이 됐다. 병원을 찾아가는 것부터 주차 문제까지 복잡하다. 문병도 가 본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이런 큰 병원은 와보는 것조차 거의 처음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그전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들을 제출하고 영상 자료들을 기계에 등록하고 대기를 했다.
예약한 병과는 소화기내과. 첫 진료다. 등록한 자료는 의사 컴퓨터로 이미 볼 수 있게 등록이 되어 있었다.
"혹시 어떤 병인지 알 수 있나요?"
"여기 이 자료만으로는 아직 어떤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다음 주에 내시경 한번 해 보는 게 어떠세요?"
"지난 병원에서도 내시경 했었는데 그거랑은 또 다른 건가요?"
"네. 이번에는 직장만 보는 직장내시경을 할 거고요. 혹시 비수면으로 내시경 해 본 적 있으세요?"
"아, 아뇨. 항상 수면으로만 해 봐서 비수면은 안 해봤습니다."
"직장내시경은 항문에서 바로 그 조금 위쪽만 보는 거라서 보통 비수면으로 많이 하세요. 이번에 한번 비수면으로 해 보시죠."
큰 병원은 작은 병원에서 한 검사를 잘 신경 안 쓴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내시경 검사부터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료 장비가 워낙 고가라서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은 장비 수준이 다른 경우도 많고, 그 장비에 따라 검사 결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단 또 일주일을 기다려 내시경을 하고 그 뒤 일주일을 더 기다려 결과에 대한 진료를 봐야 한다. 벌써 마음이 답답하지만 다시 2주 동안은 지금 상태 그대로다. 8월 18일에 지금 이 병원과 같이 예약한 Y 병원은 가지 않기로 했다. 지금 온 B병원이 더 큰 병원이고, 전 병원에서 받아 와서 제출한 겸사 결과지들을 지금 돌려받지 못한다고 해서 번거로운 김에 Y 병원 진료는 포기했다.
지난 병원에서 받은 약은 거의 떨어져서, 지금 변을 보지 못한다고 말하고 약을 부탁하여 추가 변비약을 받아왔다. 변비약을 계속 먹는 것도 사실 걱정이 된다. 의존성이 생겨서 나중에 병이 나아도 약을 먹지 않으면 변을 잘 못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약학정보원"이라는 곳을 검색해서 받아온 모든 약들을 확인해 본다. 변을 부풀려서 양을 늘려서 변의를 느끼게 만드는 약, 장이 수분을 많이 흡수하지 않도록 만들어 변에 수분이 많도록 만드는 약, 장에 직접 자극을 줘서 나오게 만드는 약 등. 대부분 약들이 오래 먹으면 의존성이 생긴다. 그래도 이번에 새로 받은 약들은 비교적 효과도 약하고 의존성도 약한 약들이다. 자, 이 약 먹고 2주 다시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