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원 첫 진료를 보고 일주일 뒤. 직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날이다.
일 년에 한 번씩 회사 건강검진을 받으며 위 내시경은 매년, 대장 내시경은 약 3년에 한 번 정도씩 받았는데 직장내시경은 처음이었다. 직장내시경이라는 건 대장 중 직장 가까운 구불결장과 직장만을 보기 위한 내시경이다. 이 때 변을 비우기 위한 방법이 대장내시경과는 또 전혀 다른 방법이었다. 병원 가기 전 집에서 출발 약 2시간 전에 직접 항문을 통해 관장약을 주입한다. 항문 안쪽 깊숙한 곳에 약 주입을 하기 위해 관을 꽂아야 하는데 혼자 하기 위해서는 묘하게 옆으로 누운 자세로 준비를 해야 한다. 일단 약을 넣기 시작했는데 늘 똥이 마려운 상태인 나에게는 엄청난 고난이다. 약을 다 넣고 최소 10분 이상 참았다가 싸야 한다는데 약이 너무 느리게 나온다. 계속 변이 마려운 상태였던 내 상태로는 약을 다 넣는 것까지도 참을 수가 없어서 약을 넣던 중간에 급하게 화장실을 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나오는 게 별로 없다.
이제 고민이 된다. 약을 마저 다 넣어야 하나. 이 상태로는 다시 약을 다 넣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약이 천천히 나오도록 되어 있는 관을 조금 찢어서 빠르게 나오도록 한다. 다시 묘한 자세로 누워 약을 넣기 시작하는데, 찢은 크기가 충분치 않았나 보다. 약 넣다가 다시 화장실로 뛰어간다.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하여 결국 약을 다 넣었다. 그런데 결국 늘 나오던 점액질 변을 제외하고 따로 더 나오는 건 별로 없다. 느낌도 이상하고 관장이 다 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일단 내시경을 위해 병원으로 출발한다.
직장 내시경은 보통 수면 내시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참을만하다나. 나도 비수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경험. 지금까지 내시경은 모두 수면으로 밖에 안 해봤는데...
뒤로 돌아 누운 자세로 항문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직접 카메라가 들어가는 것은 볼 수 없지만 느낌이 난다. 윽! 뭔가 들어가며 한번 아프고, 항문 안에 공기를 넣는지 물을 넣는지 계속 배가 아프고 불편하다. 내시경 영상도 같이 볼 수 있도록 눈 앞쪽에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는데 온 신경이 항문에 집중되어 있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처음 해보는 불편한 비수면 내시경이지만 장점도 있다. 내시경을 하며 의사가 설명을 해 준다.
"구불결장이 많이 부었네요. 조직검사를 위해 좀 떼어 냅니다. 일단 보기에는 그냥 대장이 많이 부었네요."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내시경을 하면서도 계속 방귀와 점약질을 내 보낸 것 같은 느낌만 남아있다.
내시경 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일주일 뒤에 진료를 봐야 하지만, 딱히 내시경 결과는 궁금하지 않다. 검사 중에 이런저런 설명을 대충 들었으니까. 다만 궁금한 것은 그래서 이 병은 대체 뭐냐는 것이다. 아무리 검색을 해도 이거다 싶은 병이 없어서 뭔지를 모르겠다. 병명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일주일 뒤 8월 28일 목요일. 내시경 후 진료를 보러 다시 B 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는 아무 문제가 없고 내시경 확인 결과 구불결장이 많이 부은 것 말고 다른 증상은 딱히 없습니다. 어떤 병인지 모르겠네요. 내 25년 의사 생활하면서 처음 보는 증상입니다."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음... 모르겠습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주 뒤 CT 한번 찍어 보시죠."
"배는 계속 아프고 화장실은 못 가서 너무 힘들어요. 혹시 어떤 방법이 없을까요?"
"일단 변비약이라도 처방해 드릴게요. 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모르니 항생제라도 좀 드릴까요?"
"네. 일단 뭐라도 좀 더 해보고 싶네요."
결국 변비약과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항생제를 받아 왔다. 사실 이 항생제가 좌약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 받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항문을 통해 뭔가를 넣는다는 건 집에 혼자 있는 것도 아닌 이상 꽤나 부끄러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 좌약은 한 달 치를 다 넣었다.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 항생제 약을 넣을 때는 배가 좀 덜 아픈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상태가 나아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하루에 한 번씩 열심히 좌약을 넣었지만... 결과적으로 좀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은 느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