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버티세요. 3, 6, 9예요.' 뭔 3, 6, 9! 3, 6, 9게임은 아닌 거 같고.. '원래 직장생활 처음 하면 3, 6, 9개월에 위기가 와요. 그때만 잘 버티고 지나가면 돼요. 그다음부터는 굴러가요.' 팀장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6개월째다. 원래도 약한 몸이 더 버티지 못하나 싶었다. 감기가 지독히 걸려 낫지를 않았다. 연차를 하고 쉬기도 했다. 그냥 죽을 것 같은 것만 넘기고 출근을 했다. 아파서 운동을 못하니 허리도 다시 아팠다. 온몸이 무너져 내림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집안도 편치를 않았다. 원래도 편치는 않았다. 예전에는 견디고 견뎠다. 이번에는 견디기에 한계가 왔었다. 몸이 힘드니 정신적인 압박도 더 크게 느껴졌나 보다.
팀장이 내 마음을 읽었나 보다. 오후 시간 잠시 차를 마시며 하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3개월 차에 허리가 아파서 2주를 쉬었다. 그때도 더는 못하겠다 싶었다. 다시 집안에 갇히는 삶이 싫었다. 정말 죽기 살기로 다시 일을 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못 넘어갔을 시간이다. 지금도 아픈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 최대한 힘든 일은 안 시키려 한다. 쉬는 시간을 더 채워 주려 해 준다.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임을 안다. 감사한 일이다.
팀장의 넘치는 배려는 나를 향한 안쓰러움임을 안다. 퇴직한 남편과 9년을 갇혀 있었다는 내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그 답답함을 뚫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를 무한 격려한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도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다. 팀에 누가 되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할 일은 어떻게든 해내려 애쓰고 있다. 팀에 피해를 주나 싶어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몸 상태라면 그냥 둬야 할 상황이다. 이번에도 집안에 다시 갇히는 게 싫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선생님 3, 6, 9예요. 버텨요. 도와줄게요.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가지 마요. 이제 이거 지나면 몸도 더 건강해질 거예요.
선생님 인생이에요. 재밌게 살아요.'
친한 분들과 회비를 모으기로 했단다.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것도 먹기로 했단다. 1박이라도 여행도 가는 모임이란다. 나도 아는 분들이다. 모두들 나를 넣어 주기로 했단다. 술을 입에도 못 대서 분위기 깨니까 빠지겠다 했다. 모두들 술 안 마시는 사람 하나 있어야 된다 했단다. 운전시켜야 된다고. 다들 주량이 쎄다. 많이 쎄다. 두 번 밥을 먹었다. 술을 못 마시는 내가 분위기 파괴범이었다. 그전에도 같이 술 마시던 분들이다. 운전하는 사람 없어도 즐겁게 술자리를 해 왔던 분들이다. 나를 끼워주기 위한 핑계다. 내 마음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임을 안다.
이렇게 나는 6개월의 징크스를 깼다. 아직도 몸이 많이 안 좋다. 그래도 견뎌 나가고 있다. 함께 하는 이들의 도움이다. 이렇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배운다. 상처에 얽매여 사람을 피해 왔다. 이제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내 손을 잡아주는 이들의 손을 잡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