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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May 09. 2024

날 좀 데려 가소

내 몸이 내 것인 시간

날 좀 데려 가소.

날 좀 데려 가소


오늘밤도 그 어르신은 밤새 소리치신다.

른 어르신들이 잠든 깊은 밤이다.

날 좀 데려가라는 어르신의 목소리만 울린다.


어디로 데려가라는 건지, 왜 데려가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치매가 심하셔서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이다.

나에게는 이 삶이 버거우니 그만 떠나고 싶다는 절규로 들린다. 어르신의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


기본적으로 누워  계시는 와상 어르신이다. 어떤 힘에 이끌리는지 늘 침상에서 내려오려 시도하신다. 몸을 가눌 수도, 걸을 수도 없다. 침상에서 내려오신다는 것은 바로 낙상을 의미한다. 워낙 체격이 있으셔서 낙상하시면 바로 골절이다.

어쩔 수 없이 보호자 동의하에 신체 구속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사람이 24시간 전담을 해야 한다. 개인 간병은 비용이 많이 든다. 차선책으로 신체 구속을 하고 요양사들이 돌보고 있다. 요양사 한 사람이 7~8 분 정도를 돌보기 때문에 한 분에게 올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기저귀를 하고 계신다. 계속 내려 오려하신다. 이도 어쩔 수 없어 침대 난간을 묶는다. 침대 난간을 묶으면 난간이 내려가지를 않아서 침대에서 나올 수가 없다. 많이 심하신 날은 배를 감는 복대를 이용해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시도록 할 수밖에 없다.  산소포화도가 좋지 않아 산소 호흡기를 하고 계신다. 산소줄을 빼버리신다. 손가락을 쓸 수 없도록 하는 장갑을 끼고 계신다.  치매가 심해서 본인은 심각하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다.


살아 계시지만 살아 계신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요양원에서는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끔 그런 상태의 어르신들을 보면 의학이 너무 발달한 것도 재앙이 아닐까 싶다. 예전 같으면 호흡이 어려우면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을 거다.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삶의 궤적을 그리지 못한다 해도 살아 있는 목숨이다.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말 목숨이 붙어 있기에 살아갈 수밖에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는 생명 있음이 고통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어르신은 날 좀 데려가라 절규하신다. 바로 옆 침대에서는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어르신이 사투를 하고 있다.

이 어르신보다 훨씬 나이도 젊다. 원래 몸 상태도 더 좋았다.

가는 길에 순서가 없는 것이 맞나 보다.


나이 든다는 것.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날이 온다는 의미이지 싶다.

오늘 내 몸이 내 것인 것에 감사하다.

내 몸이 내 것인 동안에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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