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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ul 11. 2024

재미 있으면 하게 되어 있다.

인생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영어 원서 읽기만이 아니라 뭐든 재미 있으면 하게 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하게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재미'다.

나는 영어를 못하는 엄마이지만 엄마표 영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재미가 있어서 스스로 찾아서 영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지속적인 재미를 느끼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한다.

잘 해야 재미 있고, 재미 있으면 잘 하게 되어 있다.

영어를 잘 하도록 하는 방법은 많이 듣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영어를 못하니 들려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들려 주고, 영어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열심히도 해 줬다.


영어가 우리말처럼 함께 자라게 되기를 꿈꿨다.

영어 동화책에서 얻은 힌트로 몸으로 즐기는 액티비티를 많이 해 주었다.

영어가 자기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느낌을 항상 얻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영어를 아는지 확인은 절대 하지 않았다.

영어로 어떤 피드백을 요구하면 심정적인 부담감을 가질 것 같아서였다.

영어는 즐거운 친구지, 자기들을 힘들게 하는 친구는 절대 아니라는 확실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냥 밑빠진 독에 물 붓는다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며 제법 영어로 인사도 했다.

우리 아이들은 말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였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더니, 정말 빨래집게 놓고 A도 몰랐다.

아들놈은 초등학교 6학년 때도 b와 d를 구별하지 못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열심히 해 주지만 결과가 없었다.

덕분에 동네 엄마들에게 뒷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 시간들을 지나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쌓인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어책이 읽어지고, 영어가 들리면서 재미가 생겼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다.

영어는 이미 다른 아이들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그 때부터는 자기들이 찾아서 영어책을 읽었다.

게임도 영어 버전을 찾아가며 했다.

그 때의 경험으로 불어를 혼자 공부하는 딸아이는 해리포터 게임을 불어로 하고 있다.

영어를 잘 하면서 재미가 생긴 것이다.

재미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녔다.


외고를 다녔던 아들 녀석은 굳이 안해도 문제가 없는 딕테이션을 혼자 열심히도 했다.

딕테이션이 그리도 재미 있다니 솔직히 이해가 안되었다.

영어가 재미 있어서 영어를 정말 즐겼던 녀석이다.

딕테이션에 대한 나의 기억은 골치아픔 밖에 없다.

결국 영어로 자기 소개서 한 장 써서 이름 값하는 대학에 들어 갔다.


무슨 공부든 다 그렇지만 즐기기 시작하면 당할 사람이 없다.

교회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말 하고는 했다.

영어를 즐기라고,

하기 싫고 짜증 나면 하지 마라고 했다.


그런데. .

문제는 잘 해야 재미가 생긴다.

싫어도 하지 않으면 실력이 생기지를 않는다.

실력이 생기지를 않으면 잘 할 수가 없다.

잘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으니. .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는 아기 때부터 영어를 들이부음을 당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냥 창고에 저장 하듯 채워 넣기만 했다.

자라면서 트리거가 주어지자 저장된 것들이 튀어 나왔다.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다.

즐길 수 있는 실력이 생길 때까지 싫어도 하는 수 밖에 없다.

재미를 느낄 실력이 생길 때까지 무식하게 해야 한다.


늦은 나이에 영어 원서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영어를 즐기며 하려고 노력했다.

재미 있게 하다 보면 아이들처럼 언젠가는 잘 하게 되는 날이 오리라 했다.

막상 부딪쳐 보니 내 경우는 우리 아이들과 다른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아기 때부터 영어를 들이부어 줄 엄마가 없다.(아직 엄마는 살아계신다. 죄송! 엄마)

무엇보다 문제는 이미 나이가 들었다.


"일단은 힘들어도 실력을 쌓아야 한다".

영어 읽기에 권태기를 느낄 때 얻은 결론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영어를 부담스러워 하면 바로 영어를 멈추었다.

영어라는 느낌을 주는 모든 것을 박스에 싸서 창고에 넣고 기다렸다.

부담감을 잊고 다시 영어를 친구로 받아 들일 때까지.


아들 녀석은 성격이 덤덤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딸아이는 예민한 성격이다. 조금이라도 싫은 것을 하게 하면 넘어갔다.

딸아이는 3개월, 6개월, 8개월, 1년까지 영어를 쉬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은 딸아이가 오빠보다 훨씬 직관적인 영어를 한다.

결국 직업이 번역가다.


나에게도 이 방법이 통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혹시라도 그 동안 쌓은 것까지 잃어버릴까 무서웠다.

엉거주춤하며 꾸역꾸역 영어책을 그냥 습관으로 읽었다.

어느 순간 ,

문장의 뜻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권태기를 넘어섰다.


조금씩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용을 더 이해 할 수 있는 실력이 생기자 재미가 생긴 것이다.

아직도 많이 어렵다.

하지만 재미가 있다.

그래서 매일 영어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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