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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ul 18. 2024

단어 공부를 해야 하나 보다

인생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이제는 두꺼운 영어 원서 읽기도 무섭지 않다.

무섭지는 않은데..    어렵다.

정확히는 자세하게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다.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겠다.

 구체적인 묘사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

아마 영어 원서 읽기의 권태기를 겪은 것이 이런 상황 때문인 것 같다.


영어 원서를 어느 정도 읽을 만하게 되니까 더 정확한 묘사를 알고 싶은 욕심이었다.

우리말 책을 읽듯 정확한 장면 묘사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그냥 머리를 들이밀고 무조건 읽고, 또 읽었다.

여러번 읽다 보면 알아지겠지라는 무대뽀 기질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원서를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어를 익혔던 아이들의 경험이 내 것이 되기를 기대했다.

물론 아기 때부터 영어책과 자란 아이들과 비교를 할 수는 없다.

일단 영어 문장에 노출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영어를 공부했던 시간이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치매였던 시어머니를 10년 가까이 간병하며 머리를 멈춰 버리기는 했다.

그래도 다시 원서를 보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릭 리오르단의 RED PYRAMID 시리즈 3권을 읽으면서 저주, 주문 이런 단어에 눈치가 생기기는 했다.

3권이 시리즈인데 한 권이 500페이지 가량 된다. 5~6개월 가량 죽어라 읽으면서 겨우 몇 개의 단어에 눈치가 생긴 셈이다. 이렇게 해서 언제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원서를 읽을 수 있을지 암담했다.


우리말을 읽듯 편하게 자연스럽게 원서로 고전을 읽는 것.

특히 그리스인 조르바를 온전히 느끼며 원서로 읽는 것.

내 인생 2막의 버킷리스트다.

문제는 결국 단어에 발목이 잡혔다.


내가 단어 외우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항상 단어는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원서를 많이 읽다 보면 저절로 되는 것이라 주장을 했다.

우리 아이들처럼 아기 때부터 영어 원서와 함께 자란 경우가 아니면 단어를 따로 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단어가 막히면 책이 아무리 재미 있어도 온전히 그 재미를 즐길 수가 없음을 몸으로 부딪쳐 보고야 깨달았다.


단어를 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어떻게 외울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 단어를 달달 외우는 것을 학교 다닐 때도 못했었다. 이제 와서 단어를 외워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 인생2막의 버킷리스트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열망이 있다. 단어 외우기를 받아 들였다.


그래도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아 보기'하지 않기로 했다.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단어를 찾지 않는다'였다. 이제는 모르는 단어가 계속 반복 될 때는 단어를 찾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익힌 단어는 외우기가 훨씬 쉽다.


나는 뭐든 재미있게 해야 되는 사람이다. 단어를 그냥 외우는 것은 정말 재미가 없다. 핸드폰 잠금 화면으로 단어 공부를 하도록 어플을 깔았다. 단어 공부를 하면 돈도 주니 잔재미도 있다. 하루  30개를 계속 반복해서 보다 보면 어느 틈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단어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한 달에 만원을 내고 단어 공부를 하는 어플을 쓰기도 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반복해서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점은 좋았다. 막상 실행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서 4개월 만에 접었다.


단어책을 놓고 달달 외우는 것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 어떻게든 매일 단어를 익히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다.

생각만큼 단어가 빨리 늘지 않아서 또 고민이다. 너무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재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다. 단어가 충분하다면 정말 즐기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


단어집을 살까 고민이다. 학교 다닐 때처럼 단어집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외워 볼까 해서다. (나는 학교 다닐 때도 단어장 들고 다니며 단어를 외운 기억이 없다. 단어 외우기를 정말 싫어 했다.) 그래도 목표를  향해서라면 어려움과 하기 싫음을 통과해야 한다.


나에게는 너무 버겁고 어려운 여정이다. 본격적으로 발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내 인생 2막의 버킷리스트를 위해서는 꼭 해야할 일이다.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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