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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ul 25. 2024

도대체 구동사는 또 뭐야

인생 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영어책을 읽다 보면 가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를 때가 있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은 알겠는데 무슨 말인지 오리무중일 때가 많다.

그냥 무식하게 읽어나가는 작전이기 때문에 버티기는 한다.

가끔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


영어 권태기를 겪으며 유튜브에서 영어 공부에 관한 영상을 많이 봤다.

예전에는 어떻게 되었든 내 고집대로 밀고 나갔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다른 사람의 방법을 배우면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음을 배웠다.

영상에서 들은 대로 꼭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무언가 내가 적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그렇게 유튜브 영상에서 알게 된 것이 구동사다.

도대체 구동사가 뭔지..

동사에 전치사나 부사를 붙여서 다른 뜻이 되는 거란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숙어를 말하는 것 같다. 숙어라는 말보다는 구동사라 하니 있어 보인다.

나한테는 혈압을 올리는 놈들이다.

동사의 뜻은 알겠는데 옆에 붙어 있는 잔가지들 때문에 도대체 내용이 연결이 안 되니까!


구동사는 영어를 쉽게 쓰기 위해 생겼단다.

이게 무슨 소리?

내가 구동사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데..


정복자 윌리엄이 영국을 침공하면서 300년간 노르만이 영국을 지배하게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영국의 지배계급이 된 노르만인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니 프랑스어가 상류층의 공식 언어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 서민, 하인, 상인들은 프랑스어가 너무 어려워서

영어를 조립해서 프랑스어를 대체하게 된 것이라 한다.

구어체나 일상 회화에서는 쉬운 영어 구동사를 사용한다. 학문, 학술 용어는 프랑스어 라틴어를 사용한다.

구동사를 얼마나 사용하는지가 원어민인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도 한다.


그나마 생각나는 give up이 프랑스어인 abandon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extinguish는 put out, postpone은 put off, vomit은 throw up과 같은 뜻이라니..

구동사도 외워야 하고, 프랑스어에서 온 명사도 외워야 하는 아시아 변방의 백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영국은 계층에 따라 사용하는 영어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에 따른 사투리가 아니다.

왕족이나 귀족이 쓰는 영어와 일반 서민, 상인이 쓰는 영어가 다르다고 하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싶다.

배우 학교에서 딕션 때문에 귀족이 아니고는 공부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이거였나 보다.

베네딕트 컴버베치의 기가 막힌 딕션이 귀족 가문에서 자란 이유란다. 베네딕트 컴버베치는 귀족도 아닌 무려 왕족이라 들었다. 왕위 계승 서열 삼십몇 번째라 한다.

알고 보니 finger story로 재미는 있다.

나의 현실은 안 재미있다.

외워야 하니까!!


릭 리오르단의 RED  PYRAMID시리즈를 읽으며 come up with가 정말 많이 나왔다.

눈칫밥으로 읽으면 내용은 이해 가능했다. 막상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으면 오리무중이 따로 없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거 뭐가 있다' 생각은 했었다.

구동사였다!

이렇게 심오한 사연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문제를 파악했으면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스픽캐시라는 구동사를 반복해서 공부할 수 있는 앱을 깔았다.

'반복해서 들으면 뭐가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다.

막상 구동사의 뜻과 예문만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는 것이 별로 기억에 남지를 않았다.


역시 단어든, 구동사든 다양한 문장 속에서 익히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스픽캐시를 지웠다. 열심히는 아니고 가랑비에 옷 젖는 느낌으로다가,  가끔 유튜브에서 구동사를 가르쳐 주는 영상을 듣는다.

그리고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틈 나는 대로 영어책을 더 열심히 읽기로 했다.

영어책을 읽으며 아리송했던 부분이 잡힐 때가 있다.

혈압도, 혈당도 푹푹 내려가는 기분이다.

무언가 알아지는 것이 접선이 일어나면 엔도르핀보다 훨씬 강한 다이돌핀이 나온다는데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조금 심하게 과장하면 피곤이 싹 달아난다.

배우고 안다는 즐거움이 이거구나 처음으로 느껴 보는 것 같다.

슬프게도 나는 공부에 진심인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는 괴로운 것이지, 나를 즐겁게 해 주는 분은 절대 아니었다.

인생 뒤늦게 이 무슨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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