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방법을 가르쳐 준 프랑스어 선생님
인생 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나에게 외국어 공부 방법을 가르쳐 준 프랑스어 선생님이 있다.
미셀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정말 짧은 시간 함께 했던 선생님이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프랑스어를 배울 때 만난 분이다.
잘하지는 못해도 외국어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웠었다. 대학교 들어가서는 교양으로 프랑스어를 선택했다.
숑숑거리는 발음이 너무 좋아서 정말 열심히도 했다. 교양으로 끝내 지를 못하고 여름방학 때 프랑스어 학원을 다녔다. 거기서 미셀을 만났다.
미셀은 우리말을 상당히 잘했다. 의사소통에 거의 문제가 없었다. 덕분에 잠깐잠깐 프랑스어 공부를 하는 팁을 말해 주기도 했었다. 미셀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모든 외국어를 공부하는 팁이었다.
결국 언어는 문화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고 강조했었다. 언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그 언어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어에서 숫자를 말하는 방법은 20 단위를 기본으로 한다. 80이면 20을 네 번 곱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라는 말이었다. 프랑스어가 훨씬 재미있어지고 이해하기도 쉬워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다음 미셀이 강조했던 것이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프랑스 아기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문법을 배워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들이 저장되고, 저장된 말들이 output이 될 때 말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어의 그 많은 문법의 예외를 모두 외우려고만 하지 마라. 문법의 규칙을 외워도 어차피 문법이 사용되는 문장은 또 외워야 한다. 차라리 죽어라 듣고 읽어서 모든 문법과 예외조차도 몸에 배어버리게 하는 것이 낫다. 프랑스 아기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프랑스어를 배우는 과정을 따라간다고 생각해라. 미셀에게 이렇게 배웠다.
그 당시 경복궁 앞에 프랑스 문화원이 있었다. 500원을 내면 커피를 한 잔 주고 지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미셀은 프랑스 문화원에 자주 가서 영화를 보라고 했다. 프랑스어가 겨우 기초를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자막도 없는 프랑스어 영화를 보라고 했다. 프랑스어의 발음이 귀에 익숙해지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프랑스어 책을 구할 수도 없었고, 자막이 없는 프랑스어 비디오를 구하기도 불가능했었다. 대신 프랑스 영화를 통해 프랑스어에 대한 감각을 키우라는 뜻이었다.
나의 프랑스어 사랑은 2년 정도 불타오르다가 끝났다. 좋아서 혼자 죽어라 공부는 했지만 써먹을 데가 없으니 어느 순간 손을 놓게 되었다. 요즘 혼자 프랑스어를 공부한 딸아이는 프랑스 친구들과 채팅을 하면서 낄낄거린다. 그 시절에 나도 저런 환경이었다면 프랑스어를 계속 공부했을 텐데.. 좋은 세상이다.
외국어 공부를 하는 나만의 방법은 미셀에게 배운 대로 외국어 공부로 느끼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야 시험을 쳐야 하니 한국형 영어 공부를 한다. 그러나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그들의 언어다. 그들의 문화다. 그 나라 아이들이 태어나서 듣고, 배우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듯 그렇게 따라 하기다.
나는 원래 단어 외우기를 싫어했었다. 그냥 눈 감고 외우지 말라는 미셀의 말에 내가 감동했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매일 열심히 영어책을 읽는다. 공부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한 재미있는 영어책만 읽으려고 한다.
미셀에게 배운 외국어 공부 방법은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써먹었다. 나는 비록 끝까지 못해서 실패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기 때부터 미셀이 말한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억지로 외우게도 안 하고,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느낌도 없이 영어를 담아 놓는다면 정말 되는 걸까 싶었다.
아기 때부터 많이 들려주고, 보여 줬다. 영어 동화책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놀이로 몸으로 영어를 익히도록 해 줬다. 영어권 문화를 익혀 주기 위해 SESAME STREET 같은 것들을 계속 보여 줬었다. 아이들에게 문화적 배경을 재밌게 알게 해 주는 핑거 스토리도 많이 이야기해 줬었다. 미셀이 프랑스 영화로 프랑스어에 대한 감각을 키우라고 배운 대로 CNN뉴스 같은 것들도 그냥 듣도록 켜놓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두 아이다 재밌게 영어를 한다.
40년이 지났다. 미셀은 지금쯤 70대가 훌쩍 넘은 노인이 되었을 텐데..
미셀은 알까?
자신의 젊은 날.
한국 땅에서 만난 한 여학생이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