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는 가슴으로 읽어야 되나 보다.
인생 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영어 원서 읽기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우리말 책을 안 읽는 날은 있어도 영어책을 안 읽는 날은 없다.
영어 원서를 우리말처럼 편하게 읽고 싶다는 욕심은 저만큼 앞에 있다. 마음은 이미 영어 원서가 편하다.
현실이 따라주지를 않아서 괴로울 뿐!
가을만 지나면 영어 원서 읽기에 도전한 지 2년이 된다.
세월 참 빠르다.
열심히 읽었다고 이제는 더 친근하기도 하다.
여전히 안 되는 문장은 안된다.
단어와 구동사가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안되면 사전을 찾으면서 읽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단어를 찾아도 뭐라고 이해를 해야 하는 건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영어 성경 읽기는 시도한 지 1년 정도.
그래도 한글로 성경을 읽으니 나름 쉬울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이미 다 아는 내용 영어로 읽는 거야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욥기를 읽으면서 이건 완전히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 갇힌 느낌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은 우리말 성경을 놓고 대조를 해 가며 읽고 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잡혔는데, 반복해서 읽다 보면 느낌은 있다.
그래도 뭐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우리말 성경을 읽어 보면 대충 이해한 것이 엇비슷하기는 하다.
그래도 정확하게 머리가 끄덕여지지 않아서 답답하다.
딸아이가 추천해 준 원서를 읽고 있다.
내용 재밌고, 문장이 쉬워서 읽을만할 거라고 했는데..
내용은 재밌는 게 맞다. 자꾸 보고 싶으니까
문장이 대충은 쉬운 것 같은데, 가끔은 뭔 소리야 싶을 때가 있다.
8권 시리즈 중 2권째를 읽고 있다.
1권까지는 그냥 문장이 이해 안 되면 통과!
2권째부터는 열이 받기 시작했다.
문장은 어렵지 않고, 단어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무언가 정말 간단한 문장인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앞 뒤 문맥으로 눈치상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는 한데, 단어와 문장을 의식하고 나름 해석이라는 것을 해 보려고 하면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조차 없다.
이제는 무언가 방법을 다시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며칠 전부터 단어도 알겠고, 문장도 알겠고, 그런데 정확하게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을 딸아이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너무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이런 말이잖아' 하고 간단하게 말해 버린다.' 어떻게 그걸 못 알아먹냐'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엄마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소리가 안 들리는지.
엄마표 영어로 자기가 밥 벌어먹도록 해 준 사람이 누군데 구시렁거려 보지만 다 헛짓이다.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는 문장을 계속 물어보면서 다시 배웠다.
영어 원서는 문법이나 단어 실력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읽어야 되는 거구나.
앞 뒤 문맥으로 봤을 때 전혀 연결이 안 되는 문장이라고만 생각했었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냥 가슴으로 이런 상황이니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 것 같다.
처음 구동사가 뭐냐고 딸아이에게 물었을 때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영문과 나온 애가 할 말은 아니라 장난인 줄 알았다. 자기는 문법은 피해 다니고 영문학만 해서 모른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그냥 한다는 말이었다. 우리말 텍스트를 보면서 영어 문장으로 바로 하는 거라고.
우리말 텍스트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고 느낌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거라고 한다. 영어책을 읽을 때도 문법 따지며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단다. 구동사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고 문장을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편안하게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라고 가르쳐줬다.
영어 실력보다는 세상살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 감정에 따라 읽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내 시야가 너무 좁았다.
영어든 우리말이든 사람사는건 다 똑같은데.
우리말 못하면 영어도 못한다는 말이 이거구나!
드디어 도를 깨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