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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Sep 19. 2024

엄마의 글쓰기를 도와준 '자서전을 쓰다'.

궁하면 통하게 되어 있다.

처음 엄마에게 드리려고 했던

것은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엮어진 주제일기였다.

우연히 찾은 '자서전을 쓰다'로

글을 써 보는 것이 좋을

같아서 일단은 주제일기를

 미뤄 놓기로 했다.


자서전을 쓰다는 살아온 삶에

 대해 여러 질문을 주고

 생각나는 것을 쓰게 하는

 구성이다.

부모님 이야기, 어린 시절,

형제자매 이야기

학교 다닐 때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어릴 적 꿈에 대한 이야기

지나온 삶에 대해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부모님은 어떤 분이었을까?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 과거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내 과거에서 바꾸고 싶은 일은?

나의 첫사랑은 어땠을까?

과거 일 중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일을 바꾸고 싶나요?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은

 누구인가요?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정말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이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해도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엄마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싶을 정도였다.

막상 다시 글을 써 보겠다

마음을 먹고, 찬찬히

'자서전을 쓰다'를 살펴보신

엄마는 너무 좋다고 하셨다.

한 번쯤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 보고 싶으셨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길이 보이는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어떻게 이런 노트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찾아가서 머리 숙여

인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엄마만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는 누구에게라도

정말 필요한 노트인 것 같다.

누구나 자기가 살아온 날들을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지나온 시간을 되짚으며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려 보고,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치매 예방을 위한 글쓰기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노트인

같은데 막상 이 노트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가격도 많이 비싼 것도 아니고,

어려운 질문들도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자기가 살아온 날들은 자기가

제일 잘 아니까.


너무 힘들게 애쓰지 말고,

하루에 하나 정도 편하게

써보시라고 말씀드렸다.

이제부터 일주일마다 올 테니까

7개는 써 놓으시라고.


엄마는 내가 매주 금요일마다

오겠다는 말에 화색이 도셨다.

사는 게 바빠서 한 두 달에

한 번쯤 엄마에게 얼굴 보여

주던 딸이 매주 얼굴을 보여

주겠다니 너무 좋으셨나 보다.


'자서전을 쓰다'를 드리고 와서

그다음 주 금요일,

엄마에게 가는 날까지

잘 쓰고 계시냐고 카톡을

두 번 정도 했다.

그냥 쓰고 계시다는 답이 왔다.

놔 버리신 것은 아닌지 덜

걱정이 되었지만 계속 다그치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자서전을 쓰다'가 엄마의

감정을, 생각을 다시

깨뜨려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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