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스스로 보청기를 다시
하기로 하신 것은 솔직히
기대를 못했던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당신이 가진
돈으로 하시겠다고 하셨다.
그만큼 세상으로 다시
나가기 위한 의지가 강했다.
보청기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하지
못하고 1년이 지났다.
보청기까지 잃어버리고 다니는
정신없는 노인네가 되기 싫어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글을 쓰며 자존감을 회복한
엄마는 며느리에게 말을 했단다.
'네가 해 준 보청기를 1년 전에
잃어 버렸고, 이제 내 돈으로
다시 보청기를 하겠다"고.
보청기를 하러 가서,
청력 상실이 너무 심해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고 장애 등급을
받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장애 등급이 있으면 보청기
가격을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보청기 가격을 할인을 받는
것은 좋지만, 막상 장애라는
말에는 엄마가 마음이
무너졌었던 것 같다.
장애 등급을 받으라는 말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장애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뭘 더 하려고 해야 하나,
그냥 조용히 살다가 가는게
맞지 않을까?'
고맙게도 함께 사는 며느리가
엄마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문명의 이점은 누려야지요.
보청기 하고 들을 수 있으면
들으면서 재밌게 살아야지요.
또 잃어버리시면 다시 해
드릴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즐겁게만 사세요'
며느리의 격려에 다시 힘을
얻은 엄마는 검사를 하고
서류를 갖춰서 장애 판정을
받고 등급을 받았다.
할인된 가격으로 보청기를
다시 맞춰서 세상으로 나갈
무기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