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갔던 어느날.
점심을 먹고 난 후,
엄마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씀을 시작하셨다.
교회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하는데 가 볼까?
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응원을 했다.
엄마가 글을 쓰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 꿈은 나의 바람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
물론 엄마의 연세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가서인 것은 안다.
그래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하시는 마음에는
온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엄마는 다시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셨다.
다녀오신 소감이 어땠는지
정말 궁금했지만, 바로 물어보면
또 뒤로 물러서실까 싶어
다음주 엄마에게 갈 때까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나는 궁금한 것과 배 고픈 것은
못 참는 사람이라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참아야 했었다.
그 다음주.
엄마가 먼저 다녀오신 이야기
보따리를 푸셨다.
참석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나이 든 사람보다
50대 정도가 더 많더라는 이야기.
아무 생각없이 갔는데 역시나
들리지를 않아서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
이제 다시 안가겠다고 하실까 싶어
어떻게 설득하나 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그래서 보청기를 해야겠어'
'이렇게 계속 숨어만 있으면
정말 안될 것 같아'
반전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가겠다고
이미 보청기 하는 곳에 예약까지
하셨다니..
엄마가 청력을 잃으며 세상에서
도망친 지 거의 1년만이다.
다시 엄마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