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에 지친 당신에게 건네는 작고 따끗한 질문
[시간이 빨라지는 이유는, 우리가 덜 기억하기 때문이다]
- 삶의 속도에 지친 당신에게 건네는 작고 따뜻한 질문
초년 시절, 젊었을 땐 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가는 것이 마치 한 해처럼 느껴졌고,
기다리던 여름방학은 끝도 없이 이어질 줄 알았죠.
하루를 보내고 나면 많은 일을 해낸 것 같았고,
그 모든 순간이 마음속에 깊게 남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뜨면 어느새 해가 지고, 봄이 오는가 싶으면
벌써 겨울이 문 앞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펼쳐지기도 전에
달력은 어느덧 연말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을 덜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요.
며칠 전, 처가집에 들렀을 때 장모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자네도 고속도로에 진입했어.”
그 말씀이 자꾸만 마음에 남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의 속도가 마치 고속도로 처럼 느껴진다는
그 말의 의미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젊은 시절엔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첫사랑, 첫 월급, 첫 여행, 첫 실수, 첫 성공까지—
그 처음의 감정들은 시간 속에 깊이 각인되어
하루하루가 아주 선명하게, 또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일상, 익숙한 길, 익숙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새로운 감정과 기억을 덜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마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빠르게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어머님과 통화를 하며
예전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나이가 되면,
이미 지나온 기억들이 더 소중하고 선명해지기에
그걸 되뇌는 일이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지도요.
사실 우리 모두,
익숙함 속에서 감탄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 때면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얼마나 진심으로 살았는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마음에 남겼는가?”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다시 ‘느리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익숙한 길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적시고,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여 주는 일.
“오늘도 잘 견뎠어”라고.
그 작은 순간들이 모이면,
시간은 다시 천천히 우리 곁을 지나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제는 ‘젊음’이 아닌 ‘깊음’으로 채워지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
여전히 설렐 수 있는 하루,
그리고 함께 걸어온 벗과 가족이 곁에 있다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흘러가겠지만,
그 하루가 기억될 만한 하루로 남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참 괜찮은 삶입니다.
(작가의 말)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느끼고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글을 쓰며 저는 삶의 속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듯한 하루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느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
기억에 남을 오늘을 위해,
그리고 깊이 있는 내일을 위해 조금은 천천히, 진심을 담아 하루를 살아가길 바랍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