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 설악산으로 가지 못했다

그 시절, 말하지 못한 마음

by 정 영 일

[짝사랑은 설악산으로 가지 못했다]

– 그 시절, 말하지 못한 마음


일단 "사랑을 미워해" - 오승근이 부른 노래를 들어보세요.

제가 한때 그녀와 설악산을 같이 동반하지 못한 아쉬움과 아픔을 자주 들었던 노래이고, 지금도 가끔 듣긴 하는데, 그래도 옛 기억 때문인지 추억이 생각나게끔 하는 노래입니다.


대학 1학년, 봄이 무르익던 어느 날.

매일 아침, 학생회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써클을 기다리던 나는, 테니스 써클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첫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나는 그녀를 만났다.


영문과, 오인숙.

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

그녀의 웃음만 들어도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았고, 말도 못 걸면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설렜다.

그날 이후, 내 마음 한가운데에는 온통 그녀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소심했고, 내 마음을 들킬까 두려웠다.

매번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것도 망설이다가, 결국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그녀는 늘 다정했지만, 나는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써클에서 설악산으로 떠나는 2박 3일 하계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캠프… 네 짐은 내가 들어줄게. 같이 가면 좋겠어.”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마치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참가비 2만 8천 원이 없다는 현실 앞에서 마음이 무너졌다.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결국 나는 캠프에 가지 못했다.


그 여름, 설악산으로 향한 그녀와 나 사이엔 점점 더 멀어지는 거리만이 남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나는 미안함과 쑥스러움에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으로 흘러갔다.


몇 년 뒤, 군 복무 중 만난 써클 친구에게 나는 조심스레 부탁했다.

“오인숙한테… 전화 한 번만 해줄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말문이 막혔고, 그녀는 잠시 정적 끝에 이렇게 말했다.


“보고 싶지 않으니까… 끊자.”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담담했지만 그 한마디는 내 가슴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나는 망설이다 끝내 말했다.

“인숙아… 사실, 짝사랑한 사람은… 나였어.”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캠프에 함께 갔더라면,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비록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 짝사랑은 나를 자라게 했고,

사랑이란 결국 "마음을 전할 용기"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내게 스쳐간 계절이었지만,

그 계절은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서 따뜻하게 반짝이고 있다.


(작가의 말)

짝사랑은 그 시절의 나를 가장 순수하게 남겨준 기억입니다.

설악산으로 함께 가지 못한 그 여름의 부끄러운 용기와 말하지 못한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쉽니다.


이 글이 언젠가 짝사랑으로 가슴 저렸던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닿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때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성장의 시간이 되니까요.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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