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의 세차, 그리고 차와 나의 관계]
이른 새벽, 잠에서 일어나 문득 딸아이 차량을 세차해주기로 했습니다.
차에 덮인 눈과 자국들을 하나씩 지우며, 새차가 된 듯한 깔끔하고 날카로운 모습에 묘한 만족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어느새 사라지는 기분이었죠.
한때, 40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벤츠, 아우디, 제네시스… 고급차를 몰던 시절, 차량은 내 품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는 차가 내 존재를 증명하는 물건 같았죠.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차량을 떠나, 이제는 버스와 전철이 마치 내 전용차처럼 여겨집니다.
그 소박한 자유로움을 즐기며, 오히려 그것이 더 큰 만족감을 줍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합니다.
"남자는 무엇보다 차로 과시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년간 차량 없이 두 발로 걸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지금,
그 삶에 점점 더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불편함도 있습니다.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 혹은 거동이 불편할 때면,
차량이 제2의 몸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나를 감싸주는 보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소중함도, 그리움도, 이제는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최근, 대학 후배를 만났습니다.
150억 원 자산가인 그 후배는 두 가지 큰 즐거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외제 차량이 4대, 명품 시계가 5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00억 원 자산가인 손아래 동서도, 7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는 5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명품 시계는 7점.
100억이 넘으면 자기 만족감이 클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멋진 차량을 보유했을 때의 만족감은 남자에게 다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한편으로 그런 것들이 삶의 진정한 만족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 아주 추운 겨울 날이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던 중, 차가운 바람에 손끝이 얼어가며,
"차 한 대 있으면 좋겠구나" 싶었죠.
그때, 옆에 선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이 날씨에 외출하는 것도 힘들겠네."
저는 얼어붙은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그래도 여기서 저기까지 가는 길이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좋네요."
그 말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그 마음이 중요해"라고 하셨습니다.
그 짧은 순간, 차가 없어도, 그런 따뜻한 대화 덕분에 하루가 한층 따뜻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차량 없이도, 대중교통이 주는 여유와 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깨닫게 되었죠.
차가 내 삶을 완성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두 발로, 대중교통으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더욱 감사히 여깁니다.
진정한 만족은 외적인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느끼는 여유와 성찰에서 온다는 것을,
매일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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