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시대예보 : 호명사회'를 읽고
정말 오랜만에 독후감을 써보려 한다. 블로그에 '매니악'이라는 책의 독후감을 쓴 이후로 처음이다. 브런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내가 지금 생경하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른 일상 기록과는 별개로 기록해두고 싶어서이다. 취업 준비를 하며 느끼고 있는 불안, 혹은 성장에 대한 기쁨처럼 모두를 기록하려 한다. 그 첫 번째가 독후감이다. '시대예보: 호명사회'는 읽을수록 '나'와 엮어서 할 말이 참 많은 책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내가 독서모임을 진행했던 책이기 때문에 내가 떠올렸던 질문을 중심으로 글을 쓴다.
우선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읽지 않고 이 책을 읽은 것을 조금은 후회했다. 핵개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가정하고 작성한 글을 읽자니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핵개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쉽도록 쓰인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시대예보: 호명사회'를 읽으면서 초조함을 느꼈다. 내가 눈치챌 틈도 없이 시대는 나보다 빨리 변화해 버렸고 사람들은 이에 발맞춰 너나 할 것 없이 자기를 주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기를 주장한다는 것은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뒤에 숨지 않고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내가 초조함을 느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카페 알바생이 아닌, 00대학교 학생이 아닌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게 나는 두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그런데 두려움과 불안이 몰려오는 동시에 설렘을 느끼기도 했던 건, 'n잡 시대'라는 말이었다. 나는 콘텐츠 마케터를 지망하고 있지만 콘텐츠 마케터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다. 그래서 'n잡 시대'라는 말은 내게 마케터가 되어서도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지금 취업에 있어 가장 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취업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난 자기 충족적 시뮬레이션으로는 번아웃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목표와 실천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면 작심삼일로 끝나기 때문! 그래서 자기 충족적 시뮬레이션은 그냥 내 의지가 얼마나 박약했는지 검증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자존감만 떨어지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가 뭔가를 다짐하고 나서 무조건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면 좋겠지만 난 여느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에게 없는 걸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보단 나에게 있는 게 뭔지를 더 파악하려고 한다.
작년 4월에 데이터 분석 부트캠프를 수강했는데 이게 적응적 시뮬레이션이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채용공고를 분석할 때마다 데이터 분석 역량에 대한 요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나한테 없는 역량,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부트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5개월을 꽉꽉 채워서 잘 수료하고 나니 얻은 것들도 많았다.
우선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데이터 분석이 주된 업무인 직무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역량을 포기하고 부트캠프에서 배운 것을 기초로 모든 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대학원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다 보니 '내가 그렇게까지 이 업무가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No.'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잦은 팀프로젝트로 인한 '소프트 스킬의 향상'이라는 새로운 역량을 얻었다. 매일 동료들을 마주 보고 일을 해야 했으니 자연스럽게 의견을 조율한다거나 업무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일머리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마케팅 스터디를 통해 새로운 포트폴리오가 생겼다. 나는 지금 '데선배들'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부트캠프에서 만난 스터디원들과 하나의 프로젝트로 시작하게 되었고 그래서 주제도 데이터 활용 직무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에게 실무진 선배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되었다. 이 레터가 콘텐츠 마케터가 되기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여전히 애정을 갖고 발행하고 있다.
비교해 보니 책에서 언급한 적응적 시뮬레이션의 결과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도 부트캠프라는 도전을 통해 내게 필요한 것을 얻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의 제 역할은 한 셈이라고 느껴진다.
나에게는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아이를 낳고 하나의 가정을 꾸리고 싶은 바람도 있기 때문에 그 기반을 최대한 빠르게 마련하고 싶다. 따라서 취직을 해서 돈을 모으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내게 가장 우선시 되는 목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진로에 도움이 되는 경험, 포트폴리오를 얻는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내 함수표에는 내 진로·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담겨있다. 이러한 기준은 일정을 조정할 때, 혹은 한정된 시간 동안 내가 도전할 것과 포기할 것을 결정할 때 유용하게 작용한다.
지금의 나는 취직을 가장 원한다. 졸업을 눈앞에 두고 25년 동안 당연히 누려왔던 소속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겪고 있다. 나는 그 두려움에 대한 해소를 원한다.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목표를 위해서도 빠른 취업은 꼭 필요하다. 아무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저 혼자 정답이 존재하지도 않는 준비 과정을 반복하는 일상이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는 날 발견할 때면 눈이 반짝거릴 때도 있다. 달리고 넘어지고 울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더 단단해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불안해도 좌절하지는 않는다.
지금 '취직'을 원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나는 미래에 '프리랜서'를 꿈꾼다. 나는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싶었고 내가 쓴 글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웹소설 작가, 에세이 작가, 소설 작가까지 아직은 내가 어떤 작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게 "00 작가님!"이라고 불러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내 미래를 위해 브런치도 시작했다. 글도 안 써 버릇하면 퇴화된다는 최근에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에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앞에서도 여러 번 말했듯이 나는 호명사회가 두렵다. 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이전에는 식당에서 4년 가까이 홀서빙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났는데 그 중에서도 나에게 짜증을 내거나 부정적인 리뷰를 쓰는 손님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00커피 알바생에게 짜증을 부린 것이라 생각하면 사실 내 감정이 상할 일이 크게 없다. 하지만 'Sonya'라는 사람 자체를 함부로 대하거나 나쁘게 평가했다고 생각하면 내가 상처 받을 일이 잦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호명사회가 반갑기보단 두렵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호명사회에서는 비난도 내 것이지만 칭찬과 호평도 온전히 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호명사회를 두려워 하기만 하는 건 내 손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소속보다 값진 건 분명 내 자신이기에, 그리고 언젠가 소속에서 벗어나 혼자의 힘으로 원하는 걸 얻어내길 바라고 있기에 나는 앞으로 호명사회에 잘 대비해보려 한다.
시대예보를 읽지 않았더라도 위 질문들에 한 번쯤 답해보는 건 내 삶에 있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내 글을 쓴 거라 설레고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글 길이에 상관없이 취준하며 느낀 것들에 대해 올려볼 예정이다.